경기도 핵심산업이자 대한민국 대표산업인 반도체 산업이 고급 전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핵심 기업들을 보유한 지역 소재 대학들은 관련 인재 육성에 뒷짐을 지고 있다.

삼성전자라는 세계 굴지의 반도체 생산기업이 화성시 등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정작 인재는 타지에서 수급해야 할 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국회예산정책처 자료 및 반도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은 2019년 기준 3만6천명 수준이며 연간 1천500명 이상이 수급돼야 하는데, 이를 채우지 못해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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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경인일보DB

화성·평택 등에 반도체 사업장을 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세계 1위 목표 달성을 위해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관련 분야 고급 인력 수급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반도체 업계가 2025년까지 7만~9만여명을 추가 고용해야 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인재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재 유출까지도 우려된다.

반도체 장비분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인력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개발과제를 따고도, 인력이 없어서 포기해야 한다는 하소연도 들려온다.

정부, 3만여명 정원확대 발표에도
화성·평택 등 대학 변화조짐 없어
기업도 사업장 지역내 육성 무관심


가장 큰 문제는 도전하지 않는 대학들이다. 상황이 이런데 시스템반도체 분야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육성하려는 반도체 산업 소재 지역 대학의 전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며 대학 정원 확대 등 10년 동안 총 3만6천여명의 반도체 인력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산업이 있는 지역 대학들의 변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화성지역 종합대학 중 학부와 석박사 과정에서 대기업과의 계약 형태로 고급 인재를 육성해 내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A대학 관계자는 "고급 인재를 만들려면 교원이 있어야 하고 전문 장비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에 투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지역에서 인재를 육성하는데 소홀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역에 투자해 인재를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서울대·카이스트 등 기존 인재 집합처에서 수요를 찾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장 지역 따로, 인재 육성 대학 따로 나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서 인재가 육성되고 이 인재들이 지역 대학에서 또 다른 인재를 육성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 대학은 산업이 필요로 하는 학부 및 석·박사 과정을 개편하고, 산학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 대학이 하지 않으면 역량 있는 대학의 전문 캠퍼스를 화성시 등에 유치해 오면 된다. 정부도 이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유연하게 펼쳐, 기업과 협력하는 대학들의 정원을 유연하게 조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