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모두 '6'을 가리키고 있었다. 불이 난 지난 1일 오후 6시께 이후 20여 분 동안 자기 일을 하던 시계가 열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화마가 삼부자의 보금자리를 앗아간 지 일주일 뒤인 8일(1월6일자 7면 보도=장애 아들이 통닭 데우려다… 잿더미가 된 삼부자 보금자리). 오전 8시부터 사단법인 함께웃는세상과 함께 하는 고려대·광운대 학생들로 고등동이 북적였다. 불에 타고 남은 처참한 광경을 목도한 학생들은 충격을 받은 듯 마스크로 가린 입을 '뜨악'하며 벌렸다.
화재 뒤 자원봉사자 대학생들 북적
타버린 가구 들어내고 문·창틀 철거
대학생 자원봉사자 17명은 반도체 공장에서 쓰는 방진복을 챙겨 입고 (사)함께웃는세상의 서충환 사무국장 앞에 모였다. 해비타트(habitat, 희망의 집짓기)와 연계한 고려대 중앙동아리 '고집' 부회장 김영상(25)씨와 동아리 회원이 문·창틀 철거 담당으로 특수 임무를 받았다.
다른 봉사자들은 진화 과정에서 젖은 침대 매트리스와 가구, 가전제품, 옷가지와 이불 등을 들어내는 일을 맡았다.
고려대 김영상씨는 "우리 동아리는 주로 장판, 도배 같은 인테리어 보수를 했다. 화재가 난 집 철거는 처음"이라며 "동아리 회원들의 봉사활동이 삼부자의 보금자리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함께 온 친구들이 다치지 않고 봉사의 기쁨을 느끼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된 작업 손길 보태 일몰전 마무리
"직접 보니 가슴 아파… 도움되길"
사람의 손은 위대하다. 들러붙은 텔레비전과 에어컨을 움켜쥐고 흔들어 떼어내고 바깥으로 옮겼다. 전동 그라인더와 속칭 빠루(지렛대)로 문틀과 마루 틀을 뜯고 매립형 신발장까지 깨부쉈다.
작업을 시작한 지 3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냉장고와 세탁기, 무거운 식탁까지 모든 집기를 들어냈다. 장판과 기존 도배지를 모두 뜯어내는 작업은 해가 지기 직전인 5시께 마무리됐다.
화재로 집을 잃고 팔순 노모가 머물던 2층으로 거처를 옮긴 전모(55)씨도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행동에 감동해 다 타 버리고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 운동화를 신은 채 일손을 보탰다.
검은 연기로 그을린 화장실 복구 작업은 함께웃는세상과 제휴한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 높은뜻우신교회 성도 김신희(41·용인시 수지구 거주)씨와 장세영(13)군 모자(母子)가 맡았다. 철 수세미로 타버린 타일을 문질러야 하는 고된 작업인데도 모자는 거리낌 없이 나섰다.
김씨는 "보통 봉사 지역이 서울이어서 먼 거리를 가야 했는데, 25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에 화재 주택 복구 봉사가 있다고 해서 아들과 함께 나왔다"며 "재난 상황을 뉴스로만 접하다가 직접 와서 보니 가슴이 아프다. 더 관심 있게 살펴봐야겠다"고 전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