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청북읍 냉동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지난 5일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 지난해 6월 이천 쿠팡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소방관 1명이 숨진 지 6개월 만이다. 사고가 난 공사장에서는 2020년 12월에도 5층 높이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5명이 상판이 붕괴하면서 추락,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정부 특별감독을 받던 현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희생된 것이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과 미장을 위한 야간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중대재해사고로 인해 늦춰진 공기를 완공예정일에 맞추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하다 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 화재와 닮은꼴이다. 가연성 물질이 널린 물류창고 신축공사장 불이 재확산하면서 불길에 갇혀 소방관들이 희생된 때문이다. 건물 내부에는 LPG와 산소통 등 용접 장비에, 스티로폼 보온재가 보관돼 있었다. 조그만 불티만 있어도 폭발적인 화재로 이어진다. 이곳 공사장은 중대재해사고로 1개월 공사중지 처분을 받았으나 공기를 늦추지 않았고, 준공 시점을 1개월 앞두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시공업체가 공기에 맞추려 무리한 야간작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공사와 감리업체 관계자 14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또 공사 계획서와 참고 설계도면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물류창고는 지하 1층~지상 7층, 건축면적 19만9천여㎡ 규모로 공정률은 80% 안팎이다. 지난해 3월에는 상판 붕괴사고로 인해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가 재발방지 방안을 위한 제도개선을 제안했으나 법령·규칙 개정이 뒤따르지 않았다. 5명이 사상하는 중대사고가 났는데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참사를 부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 지역 물류창고 신축공사장 화재사고가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그때마다 정부는 재발방지 대책을 외치지만 판박이 화재로 참사가 끊이지 않는다. 사고 대부분이 안전불감증에 따른 후진국형 인재(人災)로 밝혀지고 있으나 땜질 처방에 그칠 뿐이다. 인화성 높은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 작업이 여전하다. 제도 개선은 미뤄지고,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은 개선되지 않는다. 화재 원인 규명과 책임자 엄중 처벌은 당연하나 근본적인 재발 방지대책이 더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