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K-드라마가 일을 냈다. 10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1번 참가자 오일남으로 열연한 배우 오영수씨가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세계 음악계를 평정한 방탄소년단(BTS)의 K-음악,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K-영화에 이어 한국 드라마까지 세계 수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오 배우의 골든글로브 수상이 각별한 것은 이 상에 대한 세상의 평가 때문이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클럽이 주최하는 골든글로브는 매년 미국의 영화와 TV드라마를 대상으로 시상한다. 하지만 소수의 백인 회원들이 편파적인 투표로 백인 중심의 영화축제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받은 윤여정도 수상을 못했고, 미국 자본으로 제작한 '미나리'는 한국어 대사가 50%가 넘는다는 이유로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그쳤을 정도였다. 올해는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유명배우들과 제작사들이 수상 후보 선정을 거부하거나 시상식 참석을 거부해 주관 방송사가 생중계를 포기할 정도였다.

이처럼 폐쇄적인 골든글로브가 한국어로 연기한 한국 배우에게 조연상을 시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특별한 콘텐츠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기간 넷플릭스 시청률 세계 1위를 기록한 이 작품에 전 세계의 팬들이 열광했고,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가장 폐쇄적인 골든글로브도 인정할 정도로 작품과 배우들의 연기가 독보적이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는 오 배우의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다. 그의 말 대로 이제 한류 문화는 세계가 주목하고 세계인이 소비하는 글로벌 문화로 안착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거대 문화자본들이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BTS가 창출하는 유무형의 경제가치는 천문학적이다. 음악, 영화, 드라마 등 잇단 한류 문화의 성취로 세계인의 관심은 음식 등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관심은 급속하게 식을 수 있다. 문화의 창을 통해 들여다본 한국의 이면이 실망스럽다면 더욱 그렇다. 문화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가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인과 소통하는 문화적 감수성으로 내부의 갈등을 치유함으로써 문화대국에 걸맞은 국격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