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고 심정민 소령
/공군 제공
공군 제10전투비행단 KF-5E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심정민(29·사진) 소령이 추락 당시 민가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군 비행사고 대책본부는 13일 "현재까지 일부 비행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순직 조종사는 민가를 회피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민가와 100m 떨어진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오후 1시45분께 수원기지에서 이륙한 KF-5E 전투기는 기지에서 8㎞ 가량 떨어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의 한 야산에 추락했다. 이륙 후 상승하던 중 항공기 좌우 엔진화재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심 소령은 상황을 알리고 긴급착륙하기 위해 기지로 선회하던 중 조종 계통 결함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전투기 기수가 급강하했다.

 

대책본 "탈출 않고 야산에 충돌"
"작년 유공 표창 모범적 군인" 애도
오늘 오전 10전투비행단서 영결식


심 소령은 당시 'Eject(비상탈출)' 콜을 2번가량 했다. 하지만 항공기 진행 방향에 다수의 민가가 있어 이를 회피하기 위해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심 소령이 비상탈출을 선언하고 추락하기까지 10초가량의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초면 조종사가 비상탈출 장치를 작동시켜 탈출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공군은 설명했다.

비상탈출좌석은 신형 사출좌석(KR16)으로 교체돼 있어 항공기 속도와 고도에 관계없이 사출이 가능하다.

당시 기체가 급강하하던 상태에서 심 소령이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은 채 가쁜 호흡을 한 정황이 비행자동 기록 장치에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고인은 작년 11월에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받을 만큼 하늘을 사랑하고 공군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모범적인 군인이었다"고 애도했다.

공군사관학교 64기로 2016년 임관한 심 소령은 경량급 전투기인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조종 임무를 수행했다. 결혼 1년 차여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심 소령은 전투조종사로서의 자부심이 남달라 평소 "나는 언제까지나 전투조종사로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소속부대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엄수된다. 영결식은 유족과 동기생, 동료 조종사, 부대 장병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으로 치러진다.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이 영결식장을 찾아 조의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