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헌혈 정년(만 70세)을 맞은 김철봉 할아버지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들은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김 할아버지의 목소리에서 헌혈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할아버지는 31년 동안 484차례나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자신의 피를 뽑아줬다. 보름에 한 번씩 꾸준히 헌혈한 그가 나눠준 혈액은 242ℓ에 달한다. 세상에 태어났으면 무언가는 남기고 가야 한다는 김 할아버지의 신념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김 할아버지에게 헌혈은 일상이었고, 그의 일상 덕분에 수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헌혈을 시작한 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자신처럼 헌혈에 꾸준히 동참해 자신과 같은 기쁨을 느끼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할아버지의 바람과 다르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술 등으로 혈액이 필요한 사람은 많아지고 있으나 헌혈에 참여하는 사람은 해마다 줄고 있다. 혈액사업통계를 보면 국내 헌혈자 수는 2019년 261만여명, 2020년 243만여명, 2021년 241만여명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1~2월이 되면 '헌혈 한파'는 더욱 심해진다. 헌혈의 주축은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10~20대 연령층인데, 겨울방학과 명절 연휴가 있는 1~2월에는 이들의 헌혈 참여율이 떨어져 혈액 보유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30대 이상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김 할아버지가 헌혈을 시작한 나이는 39세였다. 그는 조금 더 젊었을 때 헌혈을 시작했다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혈액 수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김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잠시 시간을 내 헌혈의집을 찾아가는 건 어떨까.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