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보험금과 예금 등을 노려 고농도 니코틴 용액이 든 음료 등을 먹여 남편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 B씨 재판의 쟁점은 결국 지난 2016년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1월 14일자 5면 보도='화성 니코틴 사건', 지난 '남양주·신혼여행 사건'과 무엇이 같고 다르나) 당시와 같이 공소사실 특정의 인정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공판에서 검찰은 B(37)씨가 니코틴 원액을 넣은 미숫가루 음료, 미음, 물 등을 세 차례에 걸쳐 남편 A씨에게 먹여 살해했다고 공소 제기했으나 변호인은 "살인 행위가 언제 있었는지 특정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 "살인 행위가 언제 있었는지 특정되지 않았다"
특정 여부 재판부가 얼마나 인정할지에 갈릴 것으로 전망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이규영) 심리로 이날 오전 10시 30분 열린 이 사건 첫 공판에서 검찰은 "(자신의)금전적 심각한 어려움과 직업이 없어 돈을 벌 수 없던 내연관계 남성의 상황 등에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 보험금과 예금 등을 노려 자신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과정에서 소지하게 된 니코틴 원액으로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공소사실을 밝혔다. 앞서 B씨는 지난해 5월 27일 A씨를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와 2010년 5월 결혼한 B씨는 2018년 봉사단체 모임에서 만난 남성과 교제하기 시작하고 2019년 함께 여행을 다니는 등 내연관계로 지냈다. 이후 전세자금대출과 각종 채무 등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B씨가 남편의 사망 보험금 등을 노리고 범행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날 밝혀진 공소사실을 보면 피고인 B씨는 지난해 5월 26일 이른 아침 출근하려던 남편 A씨에게 니코틴 원액과 꿀을 탄 미숫가루 음료를 건네 마시게 했고, 이후 오전 7시25분께 A씨가 전화를 걸어 와 가슴 통증을 호소하자 "(미숫가루에 넣은)꿀이 상한 것 같다"고 했다.

B씨는 같은 날 오후 8시께 속이 좋지 않아 식사를 거부한 A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넣어 자신이 직접 만든 미음을 재차 먹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다시 극심한 흉통과 구토 증상을 보인 A씨가 도움을 요청하자 B씨는 119에 신고했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수액과 진통제 등을 맞은 뒤 귀가했다. 이후 B씨는 A씨가 귀가하고 난 27일 오전 1시30분에서 2시 사이 A씨에게 물을 권유하며 니코틴 원액을 섞은 물을 마시게 해 살해에 이르게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외에도 B씨는 살해 범행 후인 지난해 6월 7일 A씨 휴대전화로 A씨 명의의 인터넷 은행에서 3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컴퓨터등사용사기)로도 기소됐다. 이에 B씨 측은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는 인정한다"면서도 살인 혐의는 전부 부인했다.

B씨 변호인은 이날 "(피고인이)경제적 압박과 내연 관계로 인해 살해한 고의가 있었다고 하는데 300만원을 갚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처갓집 가족들로부터 빌려 돈을 갚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살해 동기 부여도 불명확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니코틴으로 인한 살인을 주장하는데 행위가 언제 있었는지 특정하지 못해 검찰은 미숫가루, 음식, 물 제공 등 3가지 사실을 모두 집어넣어 기소했다"며 "니코틴 원액은 입에 대자마자 구토하거나 과하게 마시면 구토 없이 1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재판은 변호인 측이 강하게 부인하는 B씨 범행 경위 등 공소사실 특정에 대해 재판부가 향후 공소사실 특정 여부를 얼마나 인정할지에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추가 자료제출을 통해 신청한 증거 채택 여부와 이에 대한 변호인 측의 증거 부동의 등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검찰은 앞서 분석한 피고인 휴대폰 포렌식 자료와 최근 확보한 법의학 감정 결과 등 총 3가지를 증거로 신청했고, 변호인 측은 피고인 아들이 피해자의 흡연 여부에 대해 진술한 영상자료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월 9일 오전 10시 15분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