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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아울렛 앞 일대 도로가 교통대책 미흡 등 몰려드는 고객들의 차량들로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 DB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겠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한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정책이 오히려 경기도 내 대형쇼핑몰 등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꼴이 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재난상황에서도 부담금 감면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어 사실상 대형쇼핑몰이 들어설 때 인허가 과정에서 대기업이 골머리를 앓는 교통유발부담금 규제를 풀어주는 특혜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인구 10만명 이상 도시에서 바닥면적 1천㎡ 이상의 상업 시설 등을 운영해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의 소유주에게 부과된다. 지자체는 징수된 금액으로 해당 시설의 인근 도로를 확장하는 등 교통 혼잡 개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도내 교통유발부담금 대상 시설 9만938건에 부과된 금액은 507억원이다. 2018년 7만9천213건에 부과된 578억원과 비교하면 12% 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새 교통 체증 유발 시설이 1만개 이상 늘어났지만 규제 완화로 전체 부담금은 급감한 셈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세 부담 등 경제적 손해를 덜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이들 시설의 부담금을 30% 이상 감면해주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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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전통시장 주차장 모습. /경인일보 DB
 

코로나 피해 지원 30% 이상 깎아줘
규모 고려 부과 대부분 대기업 수혜
정부, 정책지속 法 개정 추진 우려

도내 일부 시·군들은 조례를 개정해 최대 50%까지 감면했다. 부담금을 줄여주면 절약한 금액만큼 시설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희망에서였다.

그러나 정책취지와 달리 대기업만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이 크다. 부담금을 내야 하는 시설은 건물연면적뿐 아니라 점포수, 주차면수, 종사자수 등을 따지기 때문에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과 아웃렛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또 이들 시설의 입점업체들도 대기업 직영점인 경우가 많아 사실상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재난 상황에서도 부담금 감면이 유지될 수 있도록 아예 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교통체증 유발 시설에 대한 교통부담금 규제를 풀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도는 정부의 감면 지침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부담금을 감면하도록 국토부에서 요청이 왔다. 도와 시·군은 지침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