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금통에 돈을 넣어둔다면 이자가 붙을 일이 없겠지만, 행복통장에는 이자가 붙는다. 좋았던 일을 다시 꺼내어 보는 것만으로도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그 기억을 나눈 사람들과 더욱 끈끈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기억을 적어 넣어두고 꺼내보는 '행복통장'
싸이월드에선 '무작위' 사진 3장 볼 수 있어
최근 싸이월드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할 수만 있다면 로그인할 때마다 3장의 사진을 무작위로 보여주고 있다. 곧 정식 서비스를 다시 시작한다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기억의 조각 중 하나다. '흑역사 저장소'라는 오명 아닌 오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싸이월드 전성기 10여년을 함께한 사람들에게는 십수 년 전 행복했던 기억, 즐거웠던 기억에 이자를 더해주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행복통장이나 싸이월드의 공통점은 과거를 비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 다가올 화창한 날만을 기대하면서 정신없이 달렸다. 기억은 시간이 날 때만 꺼내어 보는 것이지, 적극적으로 기록하고 필요할 때 꺼내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최근 진행된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에도 자신의 주변과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피는 작품이 다수 등장했다.
그동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주요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 부동산 문제나 양극화와 같은 경제 주제가 뉴스의 상당 지분을 차지할 때에는 신춘문예뿐 아니라 문학계에서도 민감하게 주제를 잡아 관련 작품들을 선보여왔다는 점에서 분명 대조적이다.
문학계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결코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자신의 삶 속에서 발견한 진리는 다를 수밖에. 외부의 변화로 내 삶이 좋아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을 돌보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는 등 가치관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어떤 계기가 숨어있을까. 코로나19가 삶의 구석구석을 마구 상처 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가격리가 됐든, 재택근무가 됐든 크고 작은 고립의 시간을 강제로 겪은 이들은 다람쥐 쳇바퀴와 같은 일상에서 잠시 멈춰 자신을 살피면서 큰 변화를 겪은 것이다.
행복통장이든, 싸이월드든, 일기든 간에 지친 내면을 보면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는 성적표에 쫓겨왔다. 학생시절에는 학업 성적표,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취업 성적표, 취업 후에는 성과 성적표에 내몰려왔다.
그동안 우린 학업·취업·성과 성적표에 쫓겨
지친 내면 보면서 잠시 쉴 수 있다면 좋을 것
코로나19로 넘어진 일상에서 우리가 쉬어가면서 만들어낸 치료제가 내면을 돌아보는 것 아닐까. 외로움과 소외로부터 스스로를 치료하는 치료제로 행복통장이 나왔고 때마침 싸이월드가 다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 아닐까.
현대인은 누구나 외롭고 소외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마저 비용이 드는 바쁜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지난 이야기에서 스스로를 위로만 할 수 없다.
코로나19 이전에 외로움과 소외의 치료제는 문화와 체육 그리고 관광이었다. 문화를 통해 치유받고, 체육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며, 관광을 통해 전환점을 마련했었다. 지금은 모두 코로나19에 치명상을 입은 분야이지만, 빠르냐 느리냐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극복해 낼 것이고 다시 문화와 체육, 관광이 일상의 치료제로서의 입지를 되찾을 것이다.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지금이 바로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하기 위해 다시 문화·체육·관광에 투자해야 하는 때이다.
/김성주 문화체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