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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사회부 기자
기자로 일하기 전인 9년 전쯤 해외 한 건설현장 관리자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다. 건축물 벽체 안에 들어갔어야 할 자재가 일부 빠진 채 시공된 걸 뒤늦게 알아차린 적이 있다. 재시공하면 공기(공사 기간)가 1주일가량 늘어나는 상황이다 보니 임의로 다음 공정을 강행했었다. 이후 감리자가 현장을 찾을 때마다 심장이 떨릴 만큼 불안해하다 결국 뒤늦은 재시공으로 공기를 2주일가량 늦췄던 기억이 난다.

건설현장엔 각 공정마다 꼭 지켜야만 하는 여러 기준이 있다. 새로 타설된 콘크리트가 충분한 강도를 형성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양생기간', 그 기간 동안 콘크리트를 감싸고 받쳐 주는 거푸집과 동바리(비계)의 '해체기간'등. 이런 기준을 어겨서 시공하면 대형 사고 발생은 물론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을 '적당히 어겨서' 시공하면, 다른 이유로 늘어난 공사기간을 상쇄시킴으로써 자칫 발생할 뻔했던 비용 증가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막내 기자 때 찾아간 한 건설현장에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각 공정별 기준 대부분은 너무 불필요할 만큼 엄격하게 세워져 있어서 어느 정도 '적당히 어기는' 수준은 건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었다.

지난 11일 광주의 39층짜리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16개 층 일부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 다 마르지도 않은 꼭대기 층 슬래브와 거푸집 등을 받치고 있었어야 할 동바리가 해체돼 있었고, 양생기간을 임의로 줄여 상부층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한 점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괜찮겠지"라거나 "이 정도로 건물 안 무너져"라는 시공 관리자의 안일한 생각이 사고를 불러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고 발생 전 그 시공 관리자는 9년 전 나처럼 불안해하며 심장이 떨렸을까. 중요한 건 이번 광주 붕괴사고 현장처럼 '양생기간', '해체기간' 등을 어긴 채 시공해 심장을 벌벌 떨고 있을 전국의 다른 건설현장 관리자가 적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 것이다.

/김준석 사회부 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