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현장엔 각 공정마다 꼭 지켜야만 하는 여러 기준이 있다. 새로 타설된 콘크리트가 충분한 강도를 형성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양생기간', 그 기간 동안 콘크리트를 감싸고 받쳐 주는 거푸집과 동바리(비계)의 '해체기간'등. 이런 기준을 어겨서 시공하면 대형 사고 발생은 물론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을 '적당히 어겨서' 시공하면, 다른 이유로 늘어난 공사기간을 상쇄시킴으로써 자칫 발생할 뻔했던 비용 증가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막내 기자 때 찾아간 한 건설현장에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각 공정별 기준 대부분은 너무 불필요할 만큼 엄격하게 세워져 있어서 어느 정도 '적당히 어기는' 수준은 건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었다.
지난 11일 광주의 39층짜리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16개 층 일부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 다 마르지도 않은 꼭대기 층 슬래브와 거푸집 등을 받치고 있었어야 할 동바리가 해체돼 있었고, 양생기간을 임의로 줄여 상부층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한 점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괜찮겠지"라거나 "이 정도로 건물 안 무너져"라는 시공 관리자의 안일한 생각이 사고를 불러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고 발생 전 그 시공 관리자는 9년 전 나처럼 불안해하며 심장이 떨렸을까. 중요한 건 이번 광주 붕괴사고 현장처럼 '양생기간', '해체기간' 등을 어긴 채 시공해 심장을 벌벌 떨고 있을 전국의 다른 건설현장 관리자가 적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 것이다.
/김준석 사회부 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