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평택·당진항에서 컨테이너 작업 중 사고로 20대 청년 이선호씨가 사망했다. 일정 규모 이상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사전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씨는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현장에 투입됐다 참변을 당했다. 사고가 나자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회의원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 강화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하지만 관련자 전원이 집행유예를 받았고, 회사는 벌금형에 그치면서 처벌 수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주 선고 공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원청업체인 (주)동방 평택지사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회사 팀장과 대리에게는 금고 5월과 6월을, 하청업체 직원과 사고 당시 지게차 운전기사에게는 금고 4월과 8월을 각각 선고하고 모두 2년간 형 집행을 유예했다. 동방은 벌금 2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동방 평택지사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구형한 바 있다. 선고 직후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했고, 관련자 전원 집행유예 처분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 붕괴사고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5층 건물 붕괴사고를 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서 있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과 안전부장, 하청업체 직원 등은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3일에야 건설산업기본법상 입찰방해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임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7명이 사상했는데도 원청사 중간간부나 하청업체 관계자만 처벌하면서 후진국형 인재(人災)사고가 되풀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말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인명 사고를 낸 시공사 대표가 처벌되고 사업자등록 취소까지 가능해졌다. 법원은 그동안 피해자와의 합의나 경제 악영향을 이유로 관용을 베풀어 왔다. 고질적인 건설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강화된 법을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특히 화정아이파크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엄벌을 통해 사고 재발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