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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텅비어 있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방송 스튜디오. /연합뉴스

수원시가 라디오 주파수와 방송면허를 반납하고 폐업한 (주)경기방송과의 행정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수원고등법원 행정1부(부장판사·임상기)는 경기방송이 수원시장을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취소 소송에서 피고 항소 기각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시 도시계획과는 지난 2020년 4월29일 경기방송 사옥 소재지인 영통구 영통동 961의17(2천730.9㎡)을 근린상업시설용지에서 방송통신시설용지로 변경하는 결정을 했다고 고시(제2020-132호)했다. 시는 당시 변경 사유로 '주변현황 및 향후 토지이용계획 등을 고려했다'고 명시했다.

경기방송은 시의 도시계획 변경 결정 고시 보름 뒤인 같은해 5월14일 수원지법에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본안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경기방송은 2년 가까이 임대 사업 수익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방송은 2020년 3월30일 주파수 99.9㎒와 방송 면허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반납하고 라디오 방송을 전면 중단했다. 시는 경기방송의 면허 반납 등을 근거로 도시계획 변경 결정을 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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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고시 제2020-132호. 수원 도시관리계획(영통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고시 및 지형도면 고시.

하지만 법원은 시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을 유지했다.

우선 법원은 시가 경기방송이 방송사업을 계속하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들어 경기방송 사옥 부지 용도를 방송통신시설에서 근린상업시설용지로 변경해준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앞서 시는 2001년 12월 경기방송에 도민 방송 청취권 보장을 고려해 경기방송 사옥 부지 용도를 공공청사용지에서 방송시설용지로 변경했다, 이 덕택에 경기방송은 주변지역 토지 시세보다 저렴하게 해당 부지를 살 수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시의 토지 용도 변경 결정으로 경기방송이 토지를 비교적 저렴하게 매입했다고 하더라도 19년 전의 일이고 원고의 토지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경기방송이 방송사업을 폐지한 뒤 이를 대체할 방송사업자가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 막연한 기대감으로 경기방송 사옥과 토지의 도시관리계획 용도를 변경해야 할 필요도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기방송이 폐업한 뒤 나흘 만에 용도 변경 계획을 밝힌 절차적인 문제도 짚었다.

재판부는 "도시계획은 도시정책상 전문적, 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도시 건설과 정비, 개량 등 일정한 행정활동을 위한 장기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사전에 충분한 기간 동안 검토와 조정을 해야 했다"며 "피고(수원시)가 검토 없이 짧은 기간에 처분을 해야 할 중대한 공익이 있었는지 불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