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교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는 등 안전 규정이 강화됐지만 우회전 전용 신호등과 같은 명확한 신호체계 없이 사고를 줄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7일 오후 4시께 찾은 광명 철산동 경찰서 삼거리. 지난 15일 이곳에서 우회전하던 시내버스가 보행자를 치어 60대 남성이 사망했다.

불과 사고 이틀 뒤였지만 위험한 상황들은 계속됐다. 기자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15분 동안 지나간 30여 대의 차량 중 우회전 시 멈추거나 속도를 줄이는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회전 중인 승용차 바로 뒤로 킥보드를 탄 아이가 지나가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9시께 찾은 수원시청역 사거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속도를 줄이지 않던 한 승용차는 시민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직전 급정거하다가 보행자가 완전히 횡단보도를 통과하지 않았음에도 가속 페달을 밟았다. 


멈추거나 저속 차량 드물어 '아찔'
보행자 횡단보도 완전 통과전 가속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2018~2020)간 우회전 차량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 사망자는 212명, 부상자는 1만3천150명이다. 전체 교통사고 보행 사상자 중 우회전 보행 사망자의 비율은 1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교통체계상 '비보호 우회전'을 적용해 우회전 차량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는 7월부터는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거나 신호등이 없는 작은 횡단보도를 지날 때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대기 중이더라도 '일시 정지'해야 한다.

7월부터 보행 대기땐 '무조건 정지'
전문가들 "명확한 신호체계 필요"


경찰청은 지난 11일 '교차로 일단정지'를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공포하고 오는 7월1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초록불이라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없다면 우회전해도 되지만 이젠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 중인 보행자만 있어도 일단 멈춰야 한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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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어기다 적발되면 기존 벌점·범칙금에 더해 운전자 보험료가 할증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부터 일시정지 등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운전자에게 최대 10%의 보험료 할증을 적용하고 있다. 2~3회 위반 시 5%, 4회 이상 위반 시 10%가 붙는다.

그러나 전문가는 우회전 전용 신호등과 같은 명확한 신호체계 없이 사고를 줄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횡단보도 신호등이 운전자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가지 않으면 뒤차가 빵빵거린다"며 "운전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처벌조항만 늘리는 건 실효성이 없다. 신호를 어기는 건 10대 중과실이라 사람들이 잘 지키기 때문에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설치하면 사고 자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