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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기도의회 1층에 있는 카페 한그루에서 직원들이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2022.1.20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
우리 아이가 사회와 소통하는 공간인데
없어진다니 아쉽고 걱정됩니다…

2017년 2월부터 경기도의회 1층 한편에서 발달장애인들이 따뜻한 커피를 만들던 카페 '한그루'가 도의회 광교 신청사 이전으로 20일 문을 닫는다.

경기도의회는 오는 24일 광교신청사에서의 업무개시를 앞두고 지난 12월, 신청사 1층에 마련될 카페(매점) 위탁운영업체를 찾는 입찰공고를 냈다. 입찰 결과 카페 한그루를 운영해온 사회적협동조합 세잎클로버가 아닌 사내 휴게음식점업을 주로 운영하는 일반 업체가 선정했다.

입찰공고문을 보면 정량 30점, 정성 50점, 제안가격평가 20점 등 위탁운영 업체를 선정하는데, 세잎클로버 처럼 사회적경제기업에 주는 가점은 2점이다. 다른 항목(7점·10점·20점) 배점에 비해 가점이 낮아 상대적으로 이윤보다는 사회적 효과를 중시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 불리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도의회 관계자는 "사회적기업에 매점 운영권을 주는 방향이 좋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었으나 신청사 카페는 매점도 함께 운영되는 형태라 아마도 일반업체가 유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들이 사회경험을 할 기회가 없어졌다

한그루는 5년 전 도의회 1층에 있던 의회도서관을 리모델링해 조성됐고 발달장애인이 커피와 쿠키를 직접 만들어 판매해왔다. 현재 한그루에는 발달장애 등 장애가 있는 8명의 바리스타와 경력단절 여성 1명,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일하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들의 부모들로, 카페에서 무급으로 자원봉사하며 운영을 도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세잎클로버는 안양 호계동 1호점과 2호점인 도의회를 운영해왔지만, 최근 1호점이 문을 닫게 된 데 이어 2호점도 폐업 수순을 밟게 돼 사실상 일자리를 잃게 됐다.

세잎클로버 조합원 김은아(53)씨는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와 호흡하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한그루에서 일하는 동안 아이들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도 많이 발전했다"며 "당장 영업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발달장애인들이 사회경험을 할 기회가 없어졌다"고 했다.


이곳 카페에서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수년간 일해온 이혜정(52)씨는 "경제 활동 이상의 역할을 한 소중한 공간이었다"며 "아이들이 음료를 서툴게 만들지만 너그러이 이해해준 공무원분들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