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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인천본사 정치팀장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대선 이후로 일괄 연기하기로 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지방선거 예비후보의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사실상 지역 여당 정치인들에게 한눈 팔지 말고 대선에 '올인'하라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린 결정으로 보인다. 대선 기여도에 따라 지방선거 공천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지방분권 강화를 그렇게 외쳐대던 여당 정치인들이 지방자치의 근간인 지방선거를 대선의 하부 '이벤트'쯤으로 인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민주당 김영진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광역·지방선거 후보자가 대선 승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공천 룰 세부 사항 등을 다 대선 이후에 확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예비후보 등록 대선이후 일괄 연기
지역 정치와 시민들의 권리 무시하는 처사


법적으로는 다음 달 1일부터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일괄적으로 이를 미루고 대선에 올인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전략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검증위의 자격 심사를 거쳐야 한다. 자격 심사 없이 신청할 경우 당원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일부 예비후보자가 대선을 앞두고 지방선거 운동에 나설 경우 선거운동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전례 없이 대선과 지방선거가 맞물려 있어 지방선거가 '실종'됐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마당에 여당의 이런 조치는 지역 정치는 물론 지방선거에 투표하는 시민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공직선거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예비후보 등록 제도는 선거운동 기회의 자유와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이 제도는 현직 의원이나 단체장과 비교해 선거운동에서 불리한 상황에 있는 도전자(정치 신인 등)에게 좀 더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됐다. 선거운동 개시 전에라도 제한적으로 현직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있는 도전자들에게 선거운동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대선 때문에 지역 정치인들의 이런 권리를 박탈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중앙의 관점에서 지방을 바라보는 구시대적 사고라 할 수 있다.

사실상 대선 후보들이 지방선거운동까지 다 해주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자리와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출마예정자들 자신의 목소리 낼 시간 부족
"지방분권" 호들갑… 지방정치 장식품 불과


3월9일 대선 전까지는 물론 이후 인수위 구성과 대통령 취임식(5월10일), 총리·장관 임명 등이 이어지면서 모든 국민의 눈과 귀는 대선 일정에 쏠릴 수밖에 없다. 지역 정치인들이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시민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채 한 달도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야 대선 후보들은 각 지역을 돌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대부분이 해당 지역의 주요 현안으로 지방선거 어젠다를 대선 후보들이 먼저 치고 나가는 셈이 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3일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됐다. 청와대는 물론 여당은 '지방분권 2.0' 시대가 열렸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아직 중앙 정부나 정치에 있어서 지방 정부·정치는 액세서리에 불과한 것 같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