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승패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역대 대선의 경우 2002년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제외하고는 D-50일 무렵에 앞서가는 후보가 대선에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아직 승기를 잡은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극심한 진영대결 구도에서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기 때문이고 대선 결과는 대체로 근소한 차로 승패가 갈린 것에 비추어볼 때 정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 볼 때 대형공약이나 대선을 관통하는 거대담론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와 주변 리스크가 어느 대선보다 크고 아직 규명되지 않는 수사 관련 사안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세간의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여러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핀셋 공약 또는 생활밀착형 공약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정책들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정책 방향이나 향후 대한민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가치가 내장된 공약보다는 그때그때 책상머리에 앉아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놓는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정당 차원의 거대 플랜이 준비되어 있지 않고 지역맞춤형, 세대나 성별을 의식한 중위 수준의 공약들이 많다.

후보 리스크와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리는 대선 분위기와 어우러지면서 두 후보 모두 40%를 넘지 못하는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역대 대선의 같은 시기에 비해 뚜렷하게 앞서가는 후보가 없는 이유는 논쟁이 될 만한 정체성 있는 의제들을 어느 진영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40여 일 동안 무수히 많은 이슈가 부상하고 다른 이슈가 기존의 이슈를 덮는 국면전환의 순간이 많을 것이다. 또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가 대선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후보들의 말 실수 여부나 정당 내의 원팀 가능성 여부 등 많은 변수들이 있을 것이다.

네거티브에 의존하거나 이벤트성 공약 들은 중도층의 표심을 잡기 어렵다. 이는 역대 선거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김대중의 IMF 위기 극복, 노무현의 수도 이전, 이명박의 대운하, 박근혜의 경제민주화, 문재인의 적폐청산 등은 선거를 가르는 공약들이었다. 세대와 성별, 계층을 뛰어넘어 한국사회가 공감하는 시대정신과 논점을 제시하는 쪽이 결정적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