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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인천본사 정치팀 기자
"오늘 내가 있는 이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느냐, 다음에 무너지느냐 그 차이뿐이다."

지난해 4월 인천 부평구의 한 건설 현장에서 만난 소형타워크레인 조종사의 한숨 섞인 말이다. 이들이 일하는 건설 현장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안전성을 이유로 등록 말소한 소형 타워크레인 기종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다. 이 기종은 크레인 마스트(기둥) 주요 부분 용접 불량으로 판단 위험성이 확인됐고, 쇠밧줄과 이를 감는 용도의 드럼이 안전 기준에 미달했다. 노동자들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서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니 노동자 목숨은 사실상 '운'에 달린 것"이라며 "이 바닥에선 평소 알고 지낸 이들이 타워크레인 붕괴로 생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듣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이로부터 2달 뒤 건설현장에서는 모두가 예상했던 사고가 발생했다. 타워크레인 쇠밧줄이 1t가량의 거푸집을 인양하던 중 30m 상공에서 끊어졌다. 철제 자재들이 쏟아진 지점에서 불과 10m도 되지 않는 곳에서 노동자들이 작업 중이었다.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손익계산에 외면받는 노동자의 안전을 도외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자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고 작업 현장 내 사망·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자의 안전 확보 등 권한 범위를 두고 법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과 기관에서 법 시행에 맞춰 수많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이전보다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천 물류 공사장 화재부터 최근 발생한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평택 냉동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안전 문제가 지적됐었다.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 사전 징후가 있었지만 기업들은 이를 외면했다. 안전사고로 기업에서 떠안아야 할 손실이 커진다면 적어도 사전에 감지한 위험 요소를 안일하게 내버려두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자의 안전보다 비용을 우선시하는 기존의 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박현주 인천본사 정치팀 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