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양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사례가 확인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화성시는 지난 주말 관내 향남읍, 남양읍 소재 농장 2곳에서 AI 항원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화성시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해당 농가에서 기르던 가금류 43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또 인근 500m 이내 2개 농가 가금류 38만 마리도 확산 방지를 위해 살처분했다. 시는 가축 질병 재난안전대책본부를 24시간 비상체계로 전환하는 한편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대로 긴급 조사 등 선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전염성이 높은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인근 농가가 사육하는 가금류도 살처분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AI 항원이 검출된 향남읍 농장과 인접한 산안마을 농장 가금류는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안마을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도입한 질병관리등급제 평가에서 가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등급 농가는 10월에 살처분 제외 범위를 선택하면 이듬해 3월 말까지 유효한 혜택을 받는다. 인근 농장에서 AI 감염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사육 중인 가금류의 살처분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등급제는 지난해 농림부가 시범 도입했다. AI 발생지역 3㎞ 이내 가금류는 예방 차원에서 모두 살처분했으나 모범 농가에 대해선 예외로 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업계와 시민단체는 방역 활동에 적극적이고, 동물 복지에 힘쓰는데도 예방 목적이라며 살처분하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AI 항원이 검출된 향남읍 농가는 지난 2020년 말에도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돼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당시 살처분 대상 지역에 포함된 산안마을의 가금류도 모두 살처분됐다. 산안마을은 지난해 4월 다시 산란계를 입식했고, 동물 친화적 환경 조성과 철저한 방역 노력을 인정받아 같은 사례가 재발했는데도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불과 일주일 뒤면 설 명절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화성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가 확산할 우려가 커진다. 방역 당국과 농가들뿐 아니라 국민 협조가 절실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된 화성 산안마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산안마을 관계자들은 동물 복지 개념을 사육 환경에 적용하고, 철저한 방역활동을 통해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례행사가 돼버린 조류독감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