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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정치부 기자
나는 한 끼 이상은 꼭 밥과 국, 나물과 고기가 골고루 들어간 반찬으로 끼니를 챙기는 버릇이 있다. 어릴 적 맞벌이 가정이었지만 조부모님 덕에 소위 '집밥'이 익숙해진 탓이다. 당시만 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편식하면 안 된다", "혼자 있어도 꼭 밥은 챙겨 먹어야 한다"고 하면 잔소리로 들렸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덕에 균형 잡힌 식사의 필요성을 체득하게 됐다. 특히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선배들이 먹고 싶은 메뉴가 뭐냐고 물으면 '한식'을 외치게 된 이유기도 하다.

어릴 적 식사자리는 잔소리만 가득했다는 생각은 최근 아동들의 끼니 문제를 취재하면서 달라졌다. 맞벌이 가정이 늘고, 돌봄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가정 등에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아동들이 늘고 있다. 아침을 거르는 것은 물론, 코로나19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며 김밥, 햄버거 등으로 허기를 채우는 아동들이 빈번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자체를 비판하자, 담당 여성 팀장조차 "저도 맞벌이 가정이에요. 집에 있는 제 자식들도 '결식아동'이나 다름없네요"라고 한탄했다. 돈이 없어서 못 먹는 아동들도 여전히 많지만 돈이 있어도 돌봄이 부재해서 못 먹는 아동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밥상교육'도 문제다. 과거 부모로부터 배우는 밥상교육이 아니라, 내가 오늘 균형 잡힌 식사를 했는지, 대충 허기만 채웠는지 스스로 깨우치는 시간이 거의 없다. 한 아동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주는 '아동급식카드'가 정말 무책임하다고 토로했다. 그냥 카드만 던져주고, '알아서 먹으라'는 정책은 사실상 아동들의 끼니 문제를 방관하는 것이라는 쓴소리였다.

"나 때는 다 혼자 챙겨 먹고 그랬다"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법을 고민해야지, 우리도 그랬으니까 하며 정체해서는 어떤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 아동의 끼니를 책임지겠다는 정부, 여전히 후자의 생각에 머물지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

/신현정 정치부 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