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박모(60)씨는 이번 설에 고등학생이 된 아들에게 세뱃돈 대신 주식을 선물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비대면 계좌 개설을 할 수 없어 직접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하는 수고스러움도 감수했다. 박씨는 "세뱃돈을 받으면 흥청망청 쓰게 되니 주식을 통해 경제 공부를 하라는 의미로 삼성전자 주식 2주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세뱃돈'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매년 설을 앞두고 신권을 인출해 덕담과 함께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풍습은 이제는 점차 옛것이 되고 있다. 젊은 층은 주식이나 코인, 학생들의 경우 모바일 게임 결제가 가능한 기프트카드나 문화상품권 등을 세뱃돈으로 현금보다 더 선호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설을 앞두고 화폐를 공급한 액수는 5조1천5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천449억원 늘어 8.4%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9년 6조308억원, 2020년 6조1천205억원과 비교하면 10% 이상 하락했다.
미성년 주식계좌 개설 100만 돌파
초등생엔 콘텐츠 '선불카드' 인기
이런 가운데 미성년자의 주식 계좌 개설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10개 증권사에서 개설된 미성년자 주식 계좌는 지난해 8월 기준 116만2천605건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만개를 넘어섰다.
낮아진 예금 금리와 더불어 박씨처럼 현금 대신 아이들에게 주식을 선물로 주는 모습이 늘어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선물용' 주식으로는 삼성전자가 무난하게 거론되는 모습이다.
초등학생 사이에선 세뱃돈으로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가 인기가 높다.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는 구글플레이 앱에서 콘텐츠를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다.
최근 초등학생들의 휴대전화 보급량이 늘면서 모바일 게임을 접한 학생들이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이른바 '현질'을 할 수 있는 수단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번 설에 세뱃돈 대신 기프트카드를 선물받은 김모(11)군은 "돈을 받으면 마땅히 쓸 곳도 없고 부모님한테 뺏겼는데 기프트카드는 게임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내 마음대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좋다"며 웃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