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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
인천 지역을 담당하는 기자(記者)다 보니 유튜브와 네이버 등 플랫폼에서 ‘인천’에 관한 정보를 자주 검색한다. 습관이요, 일종의 직업병 같은 것이다. 참 편한 세상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ㅇ’자만 입력해도 자동완성검색어로 ‘인천’이 나오고, 유튜브에 들어가면 필자가 즐겨 볼 만한 영상물들이 줄을 선다.

최근 유튜브에 들어가니 좋아하는 UFC(종합격투기) 파이터 ‘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채널이 맨 위에 있었다. ‘좀비 트립(Zombie Trip): 파이터를 찾아서’. 각 지역에서 주먹 좀 쓴다는 길거리 파이터들이 종합격투기 선수에게 도전하는 정찬성의 공식 채널이다. 정찬성, 전 농구선수 하승진, 익살맞고 입담 좋은 개그맨 안일권이 출연한다. 종합격투기 선수의 ‘길거리 파이터 깨기’ 구성에 예능적 요소를 가미한 듯하다. 동네에서 싸움깨나 한다고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면 안 된다는 선도(善導)·교훈적 메시지도 전달한다.

거리 파이터들 허세 부린다고 불리는 오류
사건·사고도 다른 도시보다 많은편 아니야


좀비 트립 첫 행선지는 ‘인천’으로 이 단어 때문에 유튜브 첫 화면에 정찬성 공식 채널이 떴다. 한데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상의 제목은 ‘허세만 쩔고 싸움은 못 하는 인천’으로 시작부터 ‘마계(魔界·악마의 세계) 인천’(Incheon the Devildom)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이 영상물에선 시합을 신청한 인천의 길거리 파이터 2명이 종합격투기 선수에게 패하고, 또 다른 도전자는 다리 부상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

이 영상물을 보면서 일반인도 아닌 유명인의 유튜브 공식 채널의 제목과 자막을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사고 때문에 ‘마계 인천’이라고 부르고, 몇몇 거리 파이터의 격투기 실력이 약하다고 해서 인천을 허세만 부리는 도시로 대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영상물의 내용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제작진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자극적인 제목과 자막 때문에 인천이라는 도시를 비하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채널 구독자 수는 6일 오전 현재 52만1천명이고 지난달 27일 공개한 이 영상물은 약 281만명이 조회했다.

후배 기자가 지난해 4월 인천문화재단 강좌 프로그램에서 발표한 내용을 빌리자면 ‘마계 인천’은 인천이 악마의 소굴이라는 뜻으로 인천을 비하·조롱하는 대표적 표현 혹은 멸칭(蔑稱)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같은 표현이 확산했다. 인천에서 발생한 끔찍하고 엽기적인 사건·사고가 TV 등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마계 인천이라는 표현이 나돌고 있는 건데, 관련 통계 자료를 보면 인천이 다른 도시보다 사건·사고가 절대적으로 많지 않다.

도시公, 부정적 인식 개선 유튜브 영상 제작
‘몇몇 외엔 전체 좋은 동네’ 인천사람들 마음


인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도시공사(iH)는 지난해 유튜브 영상 제작을 지원했다. 이 영상물의 제목은 ‘인천이 무슨 마계야?! 찐 인천러들이 말하는 마계 인천’이다. 인천의 부정적 이미지를 타파하고자 만든 영상물로, 인천 출신 연예인 김구라·염경환·지상렬·그리(래퍼)·예린(전 여자친구 멤버) 등이 나온다. 지난해 12월31일 공개한 이 영상은 약 152만명이 시청했다. 출연진이 인천의 노포(老鋪·오래된 가게)와 옛 개항장 일대를 방문해 추억을 소환하고 도화구역, 영종하늘도시, 송도국제도시 등 발전한 인천의 모습을 소개한다. 예린의 “봤지? 마계 인천 아니야! 이제는 달라”라는 멘트로 영상은 끝난다. 유튜브 안에서 한쪽은 무심코 마계 인천이라는 표현을 쓰고, 다른 한쪽에선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없애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좀비 트립: 파이터를 찾아서 제1화 인천 편에는 6천600여 개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재미있게 봤다는 칭찬과 응원의 글인데, 유독 눈에 띄는 댓글이 있었다. ‘인천 몇몇 동네가 그렇긴 해도 전체는 좋은 동네입니다. 영향력 있는 채널인 만큼 인천이라는 곳을 너무 나쁘게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천에서 태어났거나 현재 인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다.

/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