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각종 논란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안양 관양현대아파트지구 재건축 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5일 오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 투표를 열었다. 조합원 959명이 참여한 해당 총회에서 현산은 509표를 얻어 경쟁사인 롯데건설(417표)을 누르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33명은 기권을 행사했다.
해당 재건축 정비사업은 1985년에 준공된 최고 14층, 12개 동, 904가구 규모의 기존 현대 아파트를 허물고 지하 3층~지상 32층, 1천305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추정 공사비는 4천200억여원이며 2021년 12월 롯데건설과 현산이 시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관양 현대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전까지만 해도 현산의 입지가 탄탄했던 곳이다. 과거 현대가 지었던 아파트를 현산이 다시 지어 '명품 현대 아파트'의 명맥을 이어가자는 기류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강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자 분위기가 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일부 입주민들이 현산의 시공 능력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일부 입주민들로 구성된 '안전한 아파트를 바라는 관양현대 시니어모임'이 단지 내부에 현산 퇴출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건 것을 시작으로 '관양현대 청소년과 청년모임' 또한 현산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하지만 현산의 지지층은 예상보다 견고했다. 실제 지난달 단지 내부에서 만난 몇몇 조합원들은 "우린 현산이야"라며 지지 의사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는 사고 직후 유병규 대표이사가 조합에 자필 사과문을 찍어 보낸 것을 시작으로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한 사업추진비 2조원 조달 등 현산이 제시한 카드가 조합원들의 '이탈'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내 '현산 보이콧'의 시작점격이었던 관양 현대아파트에서 현산이 수주전에 성공한 만큼 다른 재건축·재개발사업지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수원 영통2구역, 의왕 고천나구역 등 도내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현산 참여 문제를 두고 각 조합의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