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물류창고 현장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화재안전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5일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 앞서 2020년 4월에는 군포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같은 달 29일에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같은 해 7월 21일 용인 물류센터 화재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등 한 해 동안 8천920건의 화재가 발생해 114명이 숨지고 48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어 지난 한해에도 8천169건의 화재가 발생, 66명이 숨지고 491명이 다쳤다고 한다.

대형창고 화재 발생시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큰 이유는 방화에 취약한 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패널은 압연 강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채워넣은 자재로 단열 성능이 뛰어나고 시공이 간편해 공장이나 물류창고에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불이 빠르게 확산하고 유독가스를 내뿜기 때문에 화재 진압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냉동창고에 사용되는 우레탄 보온재도 같은 취약점을 안고 있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탈출 시야를 가리고 독가스는 호흡곤란을 일으켜 다른 화재에 비해 인명 피해가 크다.

인천소방본부가 소방청, 소방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지난달 13일부터 26일까지 인천 창고시설 공사장 22곳을 조사한 결과, 5곳에서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합동조사반이 점검한 현장에서는 불에 타기 쉬운 샌드위치 패널 외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수구의 한 창고시설과 중구의 4층 규모 창고시설 작업장에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은 것이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소방기술자를 아예 배치하지 않은 현장도 있었다.

제도적 허점이 물류창고 화재가 끊이지 않은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작성 제도'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가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보여주기식 서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여전히 샌드위치 패널이나 우레탄 보온재를 사용하는 창고에서는 용접이나 쇠를 절단하면서 불꽃이 날려 화재폭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수칙을 지켜야 함에도 무시하고 작업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안전수칙을 지키는 비용보다 사고 발생으로 치르는 과징금이 저렴한 것도 기업이 안전을 외면하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우리 현장은 아니겠지 하는 '설마'가 '화(火)'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