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가 14조원을 훌쩍 넘었다. 2020년의 4대 금융그룹 순이익 11조693억원보다 33.9%나 증가했다. 여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카드사와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 전체로 아우르면 천문학적 수익이 예상된다.

금융소비자들이 극심한 불황에 허덕였던 점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늘어난 대출이 금융권에 사상 최대 흑자를 안겼다. 가계대출 잔액은 2019년 4분기 1천600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1천844조원으로, 15.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부채는 가계대출 증가율의 두 배에 육박하는 29.6% 늘어난 887조6천억원이었다.

예대 마진 확대도 간과할 수 없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자 은행들이 예대 마진 확대로 떼돈을 번 것이다. 대출금리와 수신금리 차이인 예대 마진은 작년말 기준 2.21%로 2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벌어졌다. 예금이자는 거의 동결한 채 대출이자만 높인 결과로 은행들이 대출규제를 빌미로 우대금리를 낮추고 가산금리를 올려 매출확대를 도모했다. 농협, 우리, KB 등 국내 소재 15개 은행은 지난 한 해 동안 대출을 연장하면서 은행 자체적으로 책정 가능한 가산금리를 인상해서 총 7천381억원의 이자 수익을 얻었다. 작년 8월부터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난달까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설상가상이었다.

당장 한 달여 앞이 걱정이다. 정부가 다음 달 중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종료할 예정이다. 코로나 19 금융지원을 통해 5대 금융그룹이 유예한 대출 원리금은 139조4천494억원이다. 작년 상반기 기준 자영업 대출자는 250만여 명으로 대출잔액이 858조원이다. 다중채무자는 전체 자영업자의 56%인 140만여 명으로 올 4월 이후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 속출이 충분히 짐작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년도 기준금리 2, 3차례 인상예고는 점입가경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잠재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추가적립을 주문하나 은행연합회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다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직원 특별상여와 주주배당 확대 등 돈 잔치를 벌인단다. 은행 스스로 매를 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