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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제2테크노밸리에서 건물 공사를 하던 작업자 2명이 추락했다. 사진은 사고 발생 사업장 모습. 2022.2.8 /이시은 기자 see@kyeongin.com
 

판교제2테크노밸리의 한 업무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승강기를 설치하던 작업자 2명이 숨져 고용노동부가 정확한 사고 원인과 함께 원·하청 도급 계약 전반을 조사(2월10일자 1면 보도=[뉴스분석] '판교 승강기 추락사'… 하청구조 문제 없나)하고 있는 가운데, 잇따르는 승강기 공사현장의 인명 사고는 결국 효율을 앞세워 안전을 등한시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9월) 간 승강기 공사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29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승강기 설치 혹은 교체작업 중에 떨어지거나 끼여 숨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안양, 철거작업 중 체인 끊겨 추락
수원, 1500㎏ 무게추 머리끼임 사고


경인일보가 입수한 승강기 공사 관련 사망사고 '재해조사 의견서'를 보면 작업 과정 전반에 걸쳐 안전관리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재해조사 의견서란 산업재해 경위와 원인, 대책 등을 조사해 기록한 문서다.

지난 2020년 12월 안양시의 한 건물 승강기 교체 작업을 하던 한 일용직 노동자가 22.9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당시 작업자는 승강기 안에서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승강기를 매달고 있던 체인이 갑자기 끊어지면서 변을 당했다.

이 사고를 다룬 재해조사 의견서는 당시 승강기를 지지하고 있던 체인의 설치상태가 불량했던 점을 재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설치상태가 정상인지 사전조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방대책이 포함된 작업계획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더욱이 당시 작업은 감독할 현장이 많다는 이유로 원청 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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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판교제2테크노밸리에서 건물 공사를 하던 작업자 2명이 추락했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엘리베이터 관련 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사고 발생 사업장 모습. 2022.2.8 /이시은 기자 see@kyeongin.com

앞서 2018년 8월에는 수원시의 한 건물 승강기 철거작업을 하던 40대 남성이 일종의 무게추 역할을 하는 카운터웨이트와 이를 둘러싼 카운터웨이트 케이스(1천500㎏) 사이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당시 작성된 재해조사 의견서는 작업자들에게 낙하·협착 위험과 작업 순서 등을 사전 교육하지 않은 점과 안전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점 등을 재해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사고 유형은 다르지만 앞서 언급한 재해조사 의견서는 공통적으로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현장 관리자와 작업자의 조치가 미흡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시설물 조사하지 않아 '미흡' 지적
"2인1조 원칙불구 혼자 작업 빈번"


경기도 산업현장의 노동안전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박현철 산업안전지도사는 "문제는 금액적인 부분이다. 통상 승강기 설치 작업은 2인 1조로 해야 하는데 비용 줄이려고 혼자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결국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사고를 막으려면 작업자들에게 사전 교육을 충분히 하고, 작업계획서도 제대로 작성해야 한다. 계획에 따라 작업이 이뤄지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11일 오후 판교 추락 사고와 관련해 현장 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배재흥·이시은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