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선호씨가 지난해 4월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벽체에 깔려 사망한 뒤 항만노동자들의 작업 안전을 위한 각종 대책이 쏟아졌지만, 숨진 이씨와 같은 평택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한 산업재해 사고 위험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13일 경인일보는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 등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로부터 지난해 발생한 안전사고 등 사진을 입수했다. 첫 번째 사진은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장비인 리치스태커가 앞으로 고꾸라진 사고다. 당시 사고는 적정 중량을 초과한 컨테이너를 들어올리려다가 발생한 사고로 전해진다.
화물차량이 쓰러진 두 번째 사진의 사고는 트레일러에 실린 컨테이너를 크레인으로 들어올리는 과정 중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일러와 컨테이너 간 잠금장치를 제대로 풀지 않고 작업을 하다 차량이 함께 공중으로 달려 올라가다 떨어진 상황이다.
정부 '항만사업장 특별대책' 불구 컨테이너 중량 초과·잠금 미해제
밤에 조명없이 하역 작업 등 관행 '사고 빈번' 비정규직 노동자 우려
노동자들은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현장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꼽았다. 이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제대로 된 조명조차 없이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하거나 적재 가능한 중량을 한참 넘긴 컨테이너를 차량에 실어 나르는 일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운송 장비인 야드트랙터 기사로 일했던 A씨는 "야드트랙터는 규정상 40t을 초과한 무게를 실을 수 없지만, 30t짜리 컨테이너 2개를 싣고 운행한 적도 있다"며 "운전대를 잡아보니 평상시와 느낌 자체가 달라 식겁했다. 코너를 돌 때 넘어질까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이선호씨 사망사고 이후에 변화한 작업 환경을 묻자 리치스태커 장비를 다루는 B씨는 "사고 당시 해수청에서 점검 몇 번 나왔는데, 그때 뿐이었다. 시간에 쫓겨 작업을 하다 보니 안전과 관련한 부분들은 여전히 후순위로 밀린다"며 "아직도 안전교육은 대충 서명만 받아 끝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앞서 해양수산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항만사업장 특별 안전대책'을 수립해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대책에는 항만안전점검관 제도를 신설하고 전국 항만에 노사정이 함께하는 항만안전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으나,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은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항만안전특별법이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아직 법 시행 전이어서 각 사업장에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법이 시행되면 각 항만운송 사업자들은 종사자 안전을 위한 자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곧 평택항을 대상으로 실증 작업을 해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