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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재 인천본사 사회교육부장
작은 저금통을 만들었다. 그리 볼품은 없다. 쿠키가 들어있던 투명 플라스틱 통을 재활용했다. 기부를 위해 만든 저금통이다.

아내가 빈 통을 헹궈서 건넸다. 구멍을 뚫어달라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통을 받아들었다. 돌발 변수는 언제든 생기기 마련. 칼끝으로 아무리 힘껏 찔러도 통 뚜껑이 꿈쩍 안 했다. 괜히 헛기침이 나왔다. 핀잔을 듣기 전에 얼른 통 옆구리 쪽에 칼집을 냈다. 한참 진땀을 뺀 끝에 간신히 구멍을 뚫었다. 그제야 체면이 좀 서는 듯했다. 아뿔싸! 기껏 뚫었더니 동전이 안 들어간다. 아내가 눈을 흘겼다. 그렇게 한번 퇴짜를 맞고 나서 소임을 끝냈다.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냉큼 저금통을 가져갔다. 그러곤 사인펜으로 꽃과 나무, 집 등을 그렸다. 식구 모두의 손길이 닿은 세상 하나뿐인 저금통이 탄생했다. 


인천 사랑의 온도탑 '126.8℃' 목표금액 넘겨
적십자 특별회비 모금 한창… 시민 적극참여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이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해 전 세계가 또 발칵 뒤집혔다. 어둡고 기나긴 터널이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올해 설날에도 고향을 찾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이산가족이 따로 없다. 고용시장 한파에 취업도 어렵다. 직장을 못 구한 청년들은 부모 뵐 면목이 더 없다. 교실의 풍경도 바뀌었다. 일상이 된 마스크에 담임 선생님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새 학년에 올라간다. 같은 반 친구들의 해맑은 미소도 봤을 리 없다. 동네 경로당은 문이 굳게 닫혔다. 사람이 그리운 어르신들은 몹시 외롭고 우울하다. 골목상권에선 깊은 한숨들이 새어나온다. 영세 상인들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버티고 버티다 문 닫는 가게들이 속출한다. 한낱 바이러스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이들의 비통한 심정은 또 오죽할까.

마른 가지에도 꽃은 핀다. 각박한 세상에도 이웃을 향한 온정의 손길은 식지 않았다. 인천시청 애뜰광장에 세웠던 '사랑의 온도탑'이 126.8℃를 찍었다. 이 온도탑은 연말연시 지역사회 기부 문화의 상징이다. '나눔, 모두를 위한 사회 백신'.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가 이를 구호로 내걸고 지난해 12월1일 시작한 모금 운동이 이달 3일 막을 내렸다. 사랑의 온도탑은 캠페인 목표 모금액을 100℃로 환산한다. 성금이 모으면 모일수록 온도가 오른다. 126.8℃는 목표 모금액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시민과 단체, 기업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각종 재난·재해 현장에는 어김없이 이들이 등장한다. 적십자 조끼를 입은 대한적십자 봉사원들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생활고에 놓인 가정이 늘었다. 대한적십자 인천지사는 이런 긴급 위기가정에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한다. 이 역시 재난구호 활동의 일환이다. 적십자 봉사원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겨울에는 각종 담요와 마스크 등을 정성스레 상자에 담아 1천여 가구에 선물했다. 현재 적십자 특별회비 모금이 한창이다. 버려진 깡통 등 고물을 1년 동안 부지런히 모아 판 돈으로 회비를 낸 시민도 있다.

'디딤씨앗통장'엔 보호종료 아동 자립금 쌓여
익명의 기부자 쌀·라면·성금 등 놓고 사라져


'디딤씨앗통장'이란 통장에는 보호 종료 아동에게 건넬 자립 지원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저소득층 아동이 매월 얼마씩 저축하면 정부가 같은 금액을 적립해 주는 착한 통장이다. 아동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의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자립해야 한다. 성인이 되기도 전에 세상에 홀로 던져진다. 인천시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어린이집 등은 '천사'(1004) 캠페인을 펼쳐 이 통장에 저축을 못 하는 아이들을 돕는다.

군·구청과 행정복지센터에서도 하루가 멀게 익명의 기부자 소식이 전해진다. 쌀이나 라면, 성금 등을 놓곤 홀연히 사라진다. 한사코 이름조차 알리지 않는다.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도 저금통과 모금함을 꾸준히 보내온다. 재능기부도 값지다. 인하대에선 재학생들이 학습 결손 청소년들의 멘토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림을 완성한 아들이 설날 엄마·아빠한테 받은 세뱃돈 2만원을 저금통에 고이 접어 넣었다. 올 한해 식구들이 기부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겠다.

/임승재 인천본사 사회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