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華城)이 둘러싼 아늑한 동네에 주택을 개조한 개성있는 가게들로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다.
활기가 도는 지역의 밝은 면 그 뒤에는 주민들의 남모를 고민도 있었다. 상당수의 주민이 떠난 이곳에 남아있는 이들의 대부분은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이다. 소음문제, 쓰레기문제, 주차문제와 같은 현실과 타협하는 일 말고도 그들에게는 "언젠가 이렇게 사람이 많이 찾는 시절도 끝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불안감도 존재했다. 이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이미 이 곳에는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며 살기 어렵고, 가게 주인들은 와서 돈만 벌어 나간다는 인식이 생겼다. 한번 가게로 개조된 주택들은 다시 주거기능을 하려면 여러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 70대 어르신은 "아마도 내가 떠나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란 이야기를 툭 던졌다. 주민들은 이미 문화적·심리적으로 내몰리고 있는 듯했다.
최근 썼던 기사에서 '정서적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많은 의미가 함축된 표현이라 생각하는데, 내 집 앞에 빨래도 마음 편히 널지 못하는 상황부터 이 지역에서 더 이상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도 포함된다.
낙후된 지역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가게를 늘리고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만이 성공적인 도시재생이자 개발이라 부를 수 있을까.
성공적 도시재생·개발의 조건에는 이미 살고있는 주민들의 안정된 삶과 지역의 문화는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문득 1970~80년대 지역 개발의 바람을 정통으로 마주한 한 어르신의 말이 생각났다. "결국 원주민들이 다 떠나야 그 지역이 개발되더라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개발과 상생의 교집합을 찾는 일은 어렵다.
/구민주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