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근태관리를 '지문인식기'로만 제한한 것은 인권침해일까?
경기도 산하 A 공공기관의 한 직원은 최근 경기도 인권센터를 찾았다. 그는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지문 정보 수집과 지문 미등록에 따른 연가 사용 강요·시간외근무수당 미지급에 대해 구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기관은 지난 2012년 직원 근태관리와 시간외근무수당 지급의 공정성을 위해 지문인식기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에 규정한 내용을 알리거나, 개별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 지문인식기 고장·오류 및 지문 훼손 등에 따른 대체 수단도 없었다는 게 도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다.
이에 도 인권센터는 "동의 절차와 대체 수단 없이 지문 정보를 수집·활용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및 제17조로부터 도출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다만, 지문 미등록에 따른 연가 사용과 시간외근무수당 미지급 건은 '근로기준법' 위반 관련 고용노동부 해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의 절차·대체 수단 없이 활용
미등록에 따른 문제는 해석 필요
도입해도 부정수령 적발 허점도
A 공공기관을 포함한 상당수 행정기관에서 시간외근무수당 등의 부정 수급을 막는 수단으로 지문인식기를 도입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2019년 11월 25일자 1면 보도='인권 침해 얼룩진' 공직사회 지문인식 출퇴근기록기)은 끊이질 않는다. 지문 등과 같은 생체정보는 '민감한 정보'에 속해 엄격한 수집·관리가 필요함에도 행정기관 등이 안일하게 대처하면서다.
2015년 한 고교에서도 동의 절차나 대체 수단 없이 지문인식기로만 교직원의 초과근무를 관리하는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사실상 지문등록 강요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로 봤다. 2019년 인천시 사회복지시설에서 시간외근무수당 정산을 위해 지문인식기만 사용한다는 방침에도 인권위는 같은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마련한 '생체정보 보호 가이드라인' 개정안도 지문 등 생체 정보는 수집·이용 목적, 수집 항목 등을 명확히 알리고 수집·이용 동의를 받아야 하며 이용자가 정보 제공을 원치 않을 경우 대체 수단을 마련하도록 했다.
게다가 행정기관 등의 주장과 달리 지문인식기가 시간외근무수당 등을 증명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문을 복제한 실리콘 손가락을 이용해 수당을 부정하게 수급하거나, 퇴근한 후 다시 청사로 복귀해 로비에 있는 지문인식기만 찍고 초과근무수당을 타가는 공무원이 적발되는 등의 사례가 지문인식기 도입 이후에도 잇따르기 때문이다.
도 인권센터 관계자는 "지문을 매개로 각종 개인정보를 연결해 개인의 사생활 관련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지문 정보와 같은 생체정보의 수집·보관·이용 등은 더욱 엄격한 기준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