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이천시의 한 연립주택에 사는 A씨는 자신의 팔을 할퀴고 문다는 이유로 키우던 고양이를 집 밖으로 던졌다. A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고양이의 뒷다리를 잡아 다시 한 번 바닥에 내동댕이 쳐 고양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같은 해 11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 2019년 10월 수원시의 한 대학교 캠퍼스 거리에서 밥을 먹던 길고양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양이 목을 조르고, 땅에 내리쳐 죽게 만들었다. 수원지방법원은 이듬해 3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아무리 잔혹한 방식으로 동물 학대를 하더라도 가해자가 지는 법적 책임은 불과 백만원 단위 벌금형 수준에 그치고 있다. 관대한 처벌 수위 속에 동물에게 가해지는 학대 수법은 점점 더 끔찍해지고 있다.
법률 위반 1014명 중 '565명' 송치
집행유예 수준으로 처벌 수위 낮아
靑 국민청원 "엄중수사" 게시글도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갤러리를 폐쇄하고 엄중한 수사를 해주십시오' 제목의 청원글에는 16일 오후 5시 기준 16만5천528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한 사람이 포획틀 안에 갇힌 길고양이를 토치로 불태우는 등 모습이 담긴 잔인한 학대 영상이 게시됐다가 곧 삭제됐다.
이 모습을 보고 공분한 수많은 사람들이 해당 청원에 동참했고,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90여개 동물권 단체들은 지난 14일 영상 속 인물을 찾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그러나 영상 속 학대자를 검거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유사한 앞선 사례들을 보면 처벌 수위는 그리 높지 않을 확률이 높다. 기본적으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피의자 중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는 수는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검거된 인원은 모두 1천14명인데 반해 기소 송치된 수는 565명에 그쳤다.
기소가 돼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피고인 대부분은 법원으로부터 벌금형 혹은 집행유예 수준의 판결을 받는다.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한 사람은 동물보호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에선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