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매출을 거두고 있는 성남 판교 소재 HP프린팅코리아(HPPK)가 최근 일부 직원들에게 휴업 명령을 내리자 내부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HP의 프린팅 사업 한국법인인 HPPK는 최근 5년 사이 직원의 40%가량이 줄었다.
16일 HPPK와 HPPK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5일 회사로부터 휴업명령을 지시받은 개발검증팀 직원들은 이달부터 임금의 70%만 받으며 일을 쉬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 근무가 늘면서 주력 업종인 프린팅 분야 실적이 감소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사측 설명이다.
2016년 삼성전자 '물적분할' 설립
동일 수준 소득·복지 제공 합의서
노조는 즉각 서울중앙지법에 휴업명령을 정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회사가 휴업명령을 할 정당한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력감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사측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시도라는 게 주된 이유다.
사측이 2년 전부터 구조조정을 준비해 왔다는게 노조 측 주장이다. 개발검증팀에서 수행하는 업무는 원래 외주업체가 대행했다.
2020년 5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정규 직원을 배치하게 됐는데, 당시 개발검증팀으로 발령받은 이들 대다수가 희망퇴직을 종용받던 직원들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부서 전원은 저성과자 프로그램 대상자로 지정돼 정기적인 면담과 퇴사 압박에 시달려왔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앞서 사측과 작성한 '고용 및 처우 보장 합의서'도 반발의 근거다. HPPK는 2016년 삼성전자 소속 프린팅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는 과정에서 설립됐는데, 당시 작성한 합의서에는 HP가 5년 동안 전 직원 고용을 승계하고 삼성과 동일한 수준의 소득과 복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합의서의 효력은 오는 10월 31일까지다. 그러나 HPPK 설립 이후 현재까지 회사를 그만둔 직원의 수는 600~700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엔 직원이 1천700명 가량에 달했다.
해당 부서 발령 '퇴직 종용' 대다수
5년새 40% 줄어 '인력 감축' 의심
노조, 서울지법에 정지 가처분 신청
김재우 HPPK 노동조합 위원장은 "회사는 줄곧 인력감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직원들의 퇴사를 압박해 왔다. 최근 휴업에 들어간 직원 몇 명도 이미 일을 그만뒀다"며 "회사는 모두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말하겠지만, 고용 보장 합의를 지키지 않은 채 사실상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올해 초부터 수원 삼성전자 본사와 성남 HPPK 사옥 인근 등에서 무기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HPPK 관계자는 "HP는 HPPK 직원들에게 재정 지원과 최대 1년간 유급 휴직 기간을 포함한 자발적인 퇴직 프로그램을 제공한 바 있다"며 "이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자발적으로 진행됐고 이는 HP가 지속해서 비즈니스 혁신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노력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HPPK 일부 관리 기능을 외주화하기로 했다. 영향을 받는 직원에게는 직무 전환 기회와 함께 6개월 유급 휴직이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배재흥·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