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속여 177억여 원을 뜯어낸 '전세렌터카 사기극'(2020년 8월 24일자 7면 보도=원카(전세자동차) 前대표 구속송치 '대국민 사기극' 사실로)의 전말이 지난달 1심 판결로 드러났다. 전세렌터카 업체 (주)원카글로벌네트웍스(이하 원카)의 전 대표 이모(39) 씨는 사실상 수익성 없는 전세렌터카 상품 판매로 소비자 피해를 불러온 건 물론 수백명의 판매영업 본부장·지점장, 사모사채 투자자 등에게서도 100억 원이 훌쩍 넘는 자금을 가로챘다.
전세렌터카 사기를 벌이면서도 이씨는 꾸준히 범행 자금을 사행성 스포츠게임 등 개인 도박에 탕진했는데 이 때문에 이미 피해 회복이 어려워진 금액만 107억여 원에 달한다.
4년 동안 차량을 사용한 뒤 반납하면
보증금을 전부 돌려주는 신개념 렌터카
이에 사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6개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노호성)는 지난 1월 14일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가 수많은 피해자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빼앗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지난 2018년부터 신개념 사업이라고 내세우며 각종 피해자를 양산해 낸 '전세렌터카' 상품 덕분이었다.
당시 원카는 "아파트 전세처럼 신차 값의 100%를 보증금으로 내고, 4년 동안 차량을 사용한 뒤 반납하면 보증금을 전부 돌려주는 신개념 렌터카"라는 '전세렌터카'를 주력 상품으로 소개하며 "60%는 보증보험·은행으로, 40%는 차량에 고객 명의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보증금을 전부 보장해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렇게 원카는 상품 판매영업를 위한 본부장·지점장 등을 모집해 전국에 190여 개 지점을 차렸고, 이를 통해 1천200여 명이 전세렌터카 계약을 맺은 걸로 추산된다.
이중 227명에 대한 피해 금액 41억8천만원이 이번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2019년 2~12월 원카와 계약을 맺으며 차량 가격 일부인 계약금 또는 신차 값 100%의 보증금을 냈으나 전부 또는 일부를 돌려받지 못했다.
피해 규모로 봤을 땐 전세렌터카 계약을 통한 금액보다 전국 곳곳 본부장·지점장들이 원카에 지불한 영업 보증금이 훨씬 크다.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 11월 사이 184명의 본부장(각 1억 원), 지점장(각 5천만 원) 등은 전세렌터카 영업권을 얻고자 보증금 명목으로 원카에 총 105억5천250만원을 냈다.
이마저 당시 원카는 2년 계약기간 후 영업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는 것뿐 아니라 전세렌터카 상품을 판매하는 차량 가액의 각 12%(본부장)·10%(지점장)를 수수료로 주겠다고도 했다.
4대 렌터카 빌려 장단기 렌트·보험대차 등 영업
다른 비용 지불 충당하려 했던 '원카의 계획'
수익 실현 매우 어려워
하지만 원카는 전세렌터카 계약을 맺은 피해자들이 낸 계약금·보증금이나 지역 본부장·지점장들의 보증금·수수료 등을 돌려주거나 지급할 여력이 없었다.
당초 소비자 1명이 낸 신차 값 100% 보증금으로 4대 렌터카(1대는 소비자 지급)를 빌려 장단기 렌트 및 보험대차 등 영업을 함으로써 다른 비용 지불을 충당하려 했던 원카의 계획은 수익 실현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원카가 사실상 실현 불가한 사업 모델로 소비자를 속여 각종 자금만 편취했고 이를 상환할 능력은 물론 그럴 의사조차 없었던 걸로 판단해 이씨에게 중형을 내리기 이르렀다.
이 밖에도 이씨는 자금 조달을 위한 사모사채 등 발행으로도 다수 투자자들의 피해를 낳았다. 그는 "사모사채를 인수하면 대출기간 2년으로 해 연 7%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거짓말 해 지난 2018년 11월부터 2019년 8월 88명의 투자자로부터 총 27억9천만원을 뜯어냈으나, 이 역시 원카에겐 상환은 물론 이자 등을 지급할 여력이 없었다.
이처럼 수많은 소비자와 원카 영업 직원,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가로채는 와중에 이씨는 꾸준히 개인 도박에 매진해 왔다.
원카가 전세렌터카 영업을 시작한 지난 2018년 5월로부터 2달도 채 지나지 않았던 같은 달 7월 5일 이씨는 원카 명의 계좌에서 2천540만원을 본인 명의 계좌로 이체했는데, 그렇게 이후 2019년 12월까지 총 109번에 걸쳐 107억1천290만원 횡령한 돈을 대부분 스포츠토토, 프로토 등 사행성 스포츠게임에 탕진했다.
문제는 이렇게 드러난 피해 규모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재판으로 알려진 전세렌터카 계약 피해자, 영업 본부장·지점장, 사모사채 투자자 등 500여명 이외 추가 계약 피해자만 7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마저 일부는 차량마저 받지 못했거나, 이미 신차 값 100%의 보증금을 원카에 지불한 상황임에도 인도 받은 차량이라도 건지고자 추가 비용을 들인 피해자도 적지 않다.
추가 계약 피해자만 700여명
민사 소송 통해 배상 결정 받기도 했으나
이씨 재산 어디에 있는지 파악 어려워
또 형사 소송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과 달리 일부 피해자들은 민사 소송을 통해 배상 결정을 받기도 했으나 정작 그를 통해 배상받을 수 있는 이씨의 재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이 어렵다.
이씨가 현재 횡령 금액 중 24억여 원을 원카 법인에 다시 입금하고 지급보증이나 차량명의이전 등을 진행해 일부는 피해가 회복된 걸로 알려졌으나 이보다 아직 피해가 여전한 규모가 더욱 커 피해자들의 불안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