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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철도는 인천과 서울을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다. 120여 년 전 일제가 한반도 침탈을 목적으로 건설한 철도라는 아픔이 있다. 경인철도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건 1974년이다. 인천과 서울 간 교통의 대표 축으로, 인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철도망의 확충과 인천 내항 기능 축소에 따른 화물 수송 역할 약화 등으로 경인철도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부분의 구간이 지상으로 지나면서 도시를 양분화해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경인고속도로는 경인철도와 함께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또 다른 교통 축이었다. 1968년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 고속도로로 산업화의 동맥 역할을 했다. 구로, 주안, 부평 등 수도권 인근에 조성된 국가산업단지 발전에도 기여했다. 도시의 성장과 발전은 경인고속도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게 했다. 도로가 시가지를 단절하고, 도시의 공간구조를 왜곡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도심의 침체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인천시장·국회의원 선거때마다 단골 공약
예타 대상사업 선정 등 정부 재정지원 필수


'지하화'는 경인철도와 경인고속도로가 갖는 도심 단절 등 사회문제를 해소하고, 인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대안이 됐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도 이 대안에 관심을 가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 자료를 참조하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 대안이 후보 공보물 공약으로 처음 등장한 건 2004년 국회의원 선거로 파악된다. 당시 부평구갑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는 "터널 공법에 의한 경인전철 지하화와 기존 철도의 도로화를 추진해 철로 주변 주민의 재산권 회복과 도로변 상권을 형성하겠다"고 했다.

경인전철 지하화는 2006년 인천시장 선거에 다시 등장했고, 2010년 인천시장 선거에선 경인고속도로와 경인전철을 함께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2014·2018년 인천시장 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도 경인철도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는 후보들의 단골 공약사항이 됐다. 이를 공약한 후보들은 당선되기도, 낙선되기도 했지만 지하화 공약은 계속됐다.

대통령선거에선 이 공약이 2012년부터 등장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및 지하화'를 인천지역 공약 중 하나로 담았다. 2017년 대선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경인전철의 단계별 지하화'를 공약했다.

20대 대선 선거전 열기로 뜨거운 2022년. 경인철도·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공약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지하철 1호선과 경인고속도로의 지하화 추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경인선, 경인고속도로 인천 구간 지하화로 지역 간 단절 극복, 교통혼잡 해소 및 주거환경 개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경인선 지하화 국비 지원) 등 주요 후보들이 인천지역 공약으로 제시한 상태다. 여야의 주요 대선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이들 공약을 채택한 건 그동안 없던 일이다.

경인철도 지하화 사업엔 7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존 예비타당성 조사 지침의 분석방법으로는 경제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별법 제정과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서인천IC~신월IC)는 국가 고속도로 건설계획 반영·예비타당성 대상사업 선정 등 절차를 거쳐 추진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협조가 중요하다.

주요 대선후보들 문제해결 노력 나서 기대
'公約은 空約일뿐' 얘기 선거후 안 들렸으면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주요 후보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나선 점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경인철도·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공약이 선거 이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후보들의 공보물에 적혀있는 공약으로 머물 수 있다는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인천 유권자들은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내용이 포함된 선거 공보물을 받아 봐야 했다.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일 뿐'이라는 얘기가 이번 선거 뒤엔 안 들렸으면 좋겠다.

/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