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지방의회 의원은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할까. 하루 2천 통 넘는 민원 문자를 받아도,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공무원과 언쟁을 벌여도 '끈덕지게' 맡은 일을 수행하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는 게 지방의원들의 얘기다.

조민경 연수구의원과 오현식 강화군의원, 이충호 계양구의원 등 인천 지방의원을 비롯한 서울, 대전 등지의 지방의원 총 14명을 인터뷰한 책 '나는 지방의원이다'가 최근 발간됐다. 책엔 이들 지방의원이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겪은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다. 


조민경·오현식·이충호 등 총 14명
4년간 의정활동 경험 인터뷰한 책


조민경 연수구의원은 지방 의정을 '한만큼 아웃풋이 확실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만 25세로 전국 최연소 당선자였다.

그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조례' 제정을 위해 노력했다. 남성의 육아 휴직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조 의원은 "저녁 시간대 수거 작업이 위험하다"는 환경미화원의 목소리를 듣고 연수구 지역의 쓰레기 수거 시간을 낮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쓰레기 수거 시간을 낮으로 바꾼 건 연수구가 인천 기초단체 중 처음이었다.

조 의원은 "중앙 정치도 중요하지만, 생활 정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방의회 역할이 크다"고 했다. 이어 "북한, 미국 등과 관련한 이슈가 당장 내 삶을 바꾸진 않지만 '우리 집 앞 가로수종이 무엇으로 결정되느냐', '교통 신호 체계가 어떻게 바뀌느냐'는 지금 삶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했다.

한만큼 아웃풋 확실·지자체와 협의
주민 대표로 의견수렴 해결 성취감


지방의원들은 지자체와의 협의 능력도 갖춰야 한다.

오현식 강화군의원은 청년창업지원조례를 만드는 데 2년이 걸렸다고 했다. 오 의원이 조례 제정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공무원들을 처음 만났을 때 들은 말은 "조례를 발의해도 되는데 우리가 예산 편성·집행을 안 해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였다.

군청 공무원들이 새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며 강경하게 나온 건데, 오 의원은 오랜 시간 협의 과정을 거쳐 조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강화군은 교육 격차가 크고 청년들의 생활 환경이 도심과는 다르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고민했다"며 "다음 세대가 행복하게 살고 좋은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충호 계양구의원은 지방의원이라는 직업에 몇 점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99점'이라고 답했다. 주민 대표로서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휴일 없이 일주일 내내 전화와 카카오톡으로 주민들의 '업무 지시'를 받아야 하는 점은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이 의원은 주민과 만나는 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토론회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구의원은 지역 누구와도 소통할 힘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지방의원이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선 "'4년간 나는 어떤 길로 나아가겠다'는 명확한 방향이 있다면 어렵고 힘들더라도 의정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가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