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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인천본사 디지털콘텐츠부 국장
어느 날 개구리 한 마리가 넓은 세상이 보고 싶어 나무에 올랐다. 개구리가 나무에 오르는 것을 본 친구들이 "나무 위에 독수리가 날고 있다"고 소리쳤다. 개구리는 친구들이 자신을 응원한다고 생각했다. 넓은 세상이 보고 싶었던 개구리의 소망은 독수리의 한 끼 식사와 맞바꾸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개구리가 나무에 올라간 것을 탓하는 게 아니다. 주변에 위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는 얘기다. 위험 신호를 수집하는 감각이 발달한 동물들은 그렇지 않은 동물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는다.

원시시대 인류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오감(五感)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맹수의 서식지, 깨끗한 물과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는 장소를 알아내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정보였다. 통신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한 19세기 말부터는 정보양도 늘어나고 전달 속도도 빨라졌다.

인류 역사상 정보가 많을수록 막대한 부와 강한 권력을 소유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단적인 예로 나라와 글로벌대기업들이 인공위성을 띄우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국방과 안보, 기업 이익에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컴퓨터와 모바일,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이 남긴 흔적(데이터)은 단순한 수치뿐만이 아니다.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비롯해 문자, 영상데이터 등 '디지털 정보'는 원유((原油) 이상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디지털 정보는 생성주기가 짧고 규모가 방대해도 특별한 비용 없이 쉽게 복제할 수 있어 무한 제공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 가치가 크다.

메타(옛 페이스북)와 같은 대형 IT기업은 '사용자 프로파일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의 행동과 생각을 예측하고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인터넷서점에서 고객의 소비 성향을 분석해 선호하는 분야나 작가의 책을 추천하거나 온라인에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에서 전쟁영화를 시청했다면 전쟁과 관련된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호기심에 한 번 검색했다가 민망한 장면을 모은 콘텐츠들을 무더기로 추천받은 경험을 해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거다. 유독 그런 콘텐츠들은 삭제해도 잡초처럼 집요하게 자란다. 


디지털 정보, 원유 이상의 중요한 자원 인식
애플·구글, 개인정보 대형 IT기업 마케팅에
남용 안되게 시스템 보완 진심인지 지켜볼일
이용자 정보 독점한다면 막대한 이익 보장


영화 '돈 룩업'에서는 20초가량의 짧은 분량이지만 IT기업의 개인 정보 수집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다. 미국 대통령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IT기업 배시사의 피터(마크 라이언스) 회장은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을 폭파하는 프로젝트에 의문을 제기하는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배시(AI알고리즘)는 당신이 1994년부터 내린 결정을 모두 알고 있죠. 당신의 대장 용종도 검진 결과 나오기 몇 달 전에 알았어요. 내 알고리즘은 소비자 유형 8종을 분석하죠. 심지어 사망 방식도 예측해요. 96.5%의 정확도로. 다는 기억이 안 나지만, 당신이 어떻게 죽는지 기억났어요. 당신의 죽음은 아주 하찮고 따분했어요. (당신은) 혼자 죽을 거예요."

지난해 4월 애플은 이용자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앱 업체들의 사용자 기록 추적을 제한했다. 아이폰 운영체제에 쌓인 개인의 모바일 활동을 외부에 넘겨도 되는지 이용자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구글도 지난 16일(현지시간) 단계적으로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사용자 기록 추적을 차단해 2024년에는 맞춤형 타깃 광고를 어렵게 하는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발표했다.

구글의 이용자 정보보호정책이 본격 시행되면 사용자 기록을 바탕으로 한 타깃 광고가 사실상 전 세계 모든 스마트폰에서 불가능해진다고 한다. 메타의 매출 중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95%가 넘는다고 한다. 애플이 이용자 보호정책 이후 지난 3일 메타의 주가가 사상 최대폭인 26.4%로 폭락했다. 하루 만에 전체 시가총액의 4분의 1인 2천300억달러(약 278조원)가 증발됐다. 애플과 구글이 개인정보를 대형 IT기업의 마케팅에 남용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보완한 것은 이용자를 위한 진심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애플과 구글의 운영시스템에 기록된 이용자 정보를 독점하고 경쟁사들의 이용자 정보 추적을 제한한다면, 그들이 소유한 이용자 데이터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힘과 막대한 이익을 보장해주는 '디지털 유전(油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호 인천본사 디지털콘텐츠부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