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임승미(60)씨는 지난달 18일 가게 안에서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는 손님을 목격했다. 이 손님은 심지어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어딘가 쫓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임씨는 해당 손님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 순간에도 손님은 전화를 끊지 못하고 현금 다발이 들어 있는 봉투만 보여줄 뿐이었다.
이에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한 임씨는 전화 상대방을 우선 가게로 찾아오게끔 만든 뒤 즉시 경찰에 "사복 경찰을 보내달라"고 신고했다. 그는 경찰이 오기 전 현금 수거책이 가게에 먼저 도착하자 코로나19 QR 코드를 찍어달라고 요구하며 시간을 끄는 등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현금 수거책 20대 여성에게 허위 공문서를 입수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부천원미경찰서는 현재 이 여성을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검사를 사칭하며 "본인 명의의 대포통장이 범죄에 연루되었다. 금감원 직원을 보낼 테니 돈을 전달하라"는 전화에 속아 현금 수거책 20대 여성에게 현금 510만원을 빼앗길 뻔했다.
임씨는 "피해자가 마침 여기에서 통화를 해서 다행이고 범죄 예방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4일 임씨를 '피싱지킴이 1호'로 선정하고 표창장과 신고보상금을 수여했다. 경찰은 임씨를 시작으로 최근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고자 '피싱지킴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피싱지킴이라는 명칭을 부여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범죄 예방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