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반가운 것은 높은 성적이 기대돼서라기 보다는 스포츠 자체를 즐기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대표팀 선수를 꼽자면 쇼트트랙 곽윤기(고양시청)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의 텃세(?)에 담담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12년 만에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에서 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눈에 띈 것은 팬들과 국민들의 반응이다. 과거 성적을 중심으로 국제대회 성패를 평가했다면 팬들은 더 이상 성적이 아닌 올림픽이라는 무대 자체를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때 은메달·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환히 웃지 못하는 우리 선수들의 표정을 외신들은 의아한 눈으로 봤다. 아마도 우리가 스포츠 성적이 국력을 가늠해 높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국위선양'의 도구로 스포츠를 대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신감이 높아진 지금 더 이상 스포츠는 우리나라의 '레벨'을 뜻하는 것이 아닌 감동을 나누는 행사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응원 진보·보수 없었고
우크라사태 해외 스포츠계 강한 힘 보여줘
그러다보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없었고 오로지 한 팀을 응원하는 마음만 남았다. 그런 면에서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해내지 못하는 어떤 것을 스포츠는 해내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스포츠는 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스포츠계의 목소리가 커진 일이 그렇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 결승에서 우크라이나 올렉산드르 아브라멘코와 러시아 일리아 부로프가 보여준 우정이 사진으로 널리 알려지며 반전의 목소리를 키웠다.
실제 침공으로 이어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이사회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지난 25일(현지시간) 각 연맹에 러시아나 이에 협조한 벨라루스에서 예정된 스포츠 행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취소할 것을 요구하면서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러시아나 벨라루스의 국기가 게양되거나 이들의 국가가 연주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장소도 당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으로 바뀌었다. 세계 최고 모터스포츠 대회 포뮬러원(F1)의 올 시즌 러시아 대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취소됐고, 국제유도연맹(IJF)과 국제배구연맹(FIVB), 국제체조연맹(FIG)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아브라모비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주는 구단의 관리권을 재단에 넘기는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세계 각국의 경제 제재에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가 스포츠계의 반발로 전쟁을 중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러시아 정부에 대한 지지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 이분법적 정책보다 엘리트·동호회든
선수에만 다양한 방식으로 집중 투자해야
스포츠는 과거 우리가 사로잡혀 있던 '국위선양을 위해…'라든가, '체력이 국력' 등과 같은 전제가 필요 없이 그 자체로 힘을 갖는다.
다시 국내로 눈으로 돌리면, 아쉽게도 정부 정책이 스포츠를 대하는 자세는 여전히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국위선양을 위해 엘리트 선수를 강화하거나, 국민 체력 증진을 위한 생활체육 활성화라는 이분법 상에서 최소한의 정책이 만들어지다 보니 투자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엘리트든, 동호회든 플레이어에만 집중한 투자가 아쉽다.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오미크론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지금이 팬데믹이란 터널의 끝이라고 모두가 확신하는 지금이야말로 스포츠에 대한 다양한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스포츠가 가진 통합의 힘, 바른 곳을 향하는 힘을 키워야 할 때이다.
/김성주 문화체육레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