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열흘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승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역대 대선 중 이번처럼 의혹들이 규명이 안 되고 네거티브가 난무한 선거는 없었다. 대선 공약집이 가정에 배달됐지만 부동산, 경제, 코로나 대책 등에서 변별력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에서 거대담론과 시대정신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네거티브가 대체했다는 비판이 과하지 않다.

그럼에도 대선 토론회에서 후보들의 외교·안보정책 차이가 드러나고, 대장동 개발 사건을 둘러싼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공방에서도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이 제시되고 있는 것은 성과라면 성과다. 물론 대장동 사건이나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의해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게 됐다. 어차피 사전투표일인 3월 4일 이전은 물론 본선거 전까지 법리적 판단은 불가능한 현실이지만 유권자들은 각자의 판단을 가지고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제기된 사건에 관한 무수한 보도와 주장들 중에서 어느 후보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고 진실에 가까운가를 판단해야 한다.

개인마다 후보 선택 기준이 다르고 동일한 사실과 보도에도 진영과 지지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주장과 해석을 낳지만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 세력을 선택하는 선거에서 보편적이고 상식적 기준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각 정당과 후보들의 인식이다. 선거 막판에 후보 간의 단일화나 연대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이의 조합과 무관하게 선거 후 정당체제가 또 다시 극단적 대결 구도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정당체제가 정상적 여야 관계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선거과정이 초박빙과 극한 대결의 양상을 띠어왔던 만큼 선거 결과에 심리적 불복 등이 확산된다면 정치실종은 증폭되고, 통합은커녕 정치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선거 막판에 네거티브를 가능한 자제하는 성숙함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강 후보들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을 불식시키는 노력과 함께, 나라의 장래를 걱정한다면 선거의 금도와 정도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3월 2일의 마지막 법정 토론회에서 겸손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이는 후보가 유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