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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찾은 A씨의 집 문 앞에는 주인을 찾지 못한 택배 꾸러미 등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2022.3.1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안산시에서 코로나19에 확진돼 홀로 재택치료를 하다 숨진 50대 남성의 장례가 무빈소로 치러진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시대를 사는 어느 1인가구의 쓸쓸한 마지막이다.


안산시 단원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던 A(50)씨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심장 수술 이력 등 기저질환이 있던 A씨는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돼 재택치료를 해왔다.

A씨가 숨진 25일 오후 8시41분께 그의 건강 상태를 관리하던 병원은 단원보건소 측에 "환자가 혼자 살고 있는데 계속 연락을 받지 않아 걱정된다"고 연락했다.

즉각 A씨의 집을 찾은 보건소 직원 2명은 집 안 불이 켜져 있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소방과 함께 문을 강제로 개방한 뒤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이미 숨진 뒤였다.

1일 오전 방문한 A씨의 집 문 앞에는 재택치료자를 위한 건강관리세트 상자와 식혜 박스 등 택배 꾸러미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혼자 살던 그의 택배를 대신 받거나, 정리해 줄 사람은 없는 듯했다. 지금 집을 전세로 얻어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주변 이웃과도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A씨와 같은 건물에 살았던 B씨는 "쓰레기를 버리며 얼굴은 몇 번 봤지만,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주변 교류 없어 택배만 덩그러니
사망 3일 만에 유가족 연락 닿아
인권단체 등 '애도 필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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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사회단체들은 지난달 22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위한 애도와 기억이 필요하다"며 추모 활동을 제안했다. 2022.2.22 /연합뉴스

 

보건당국은 주민등록상 1인가구였던 고인의 가족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건당국이 A씨의 가족과 연락이 닿은 건 그가 숨진 지 3일만인 전날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단원구청 관계자는 "부모님과 아내, 자녀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고, 유일하게 누나 분과 연락이 됐다"고 전했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가 숨진 A씨의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단원보건소 관계자는 "검안 결과 코로나에 의한 폐렴 등은 아니고, 기존에 수술한 장기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평소 A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A씨의 장례는 3일 무빈소로 진행된다. 그가 숨진 지 6일 만이다. 무빈소 장례란 따로 조문객을 받지 않고 장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입관과 발인을 같은 날 하고, 화장을 할 예정"이라며 "누나와 매형 등이 오는 걸로 안다"고 했다.

A씨와 같은 죽음이 잇따르자 인권·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망자를 위한 애도와 기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등은 지난달 22일 서울시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제대로 된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애도와 기억의 장'이라는 이름의 추모 활동을 제안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