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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레저부장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공세가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현지 상황은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2일 아침 뉴스에 의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와 제2의 도시 하리카우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특히 공격을 받은 지역엔 민간인 거주지도 포함돼 있어서 수십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우려가 더해졌다.

세계 각국의 경제 제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음악계 또한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위로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카네기홀 공연에서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이던 러시아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를 교체했다. 빈 필하모닉의 이번 공연은 마린스키 극장 총감독인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와 피아니스트인 데니스 마추예프의 협연으로 꾸며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단행된 후 카네기홀과 빈 필하모닉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인 야닉 네제세갱과 우리나라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으로 교체했다. 게르기예프와 마추예프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과 합병 당시 러시아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함께 지지 성명에 동참한 바 있다. 베를린에 거주 중이었던 조성진은 급히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성공적으로 연주했다.

이 일이 있은 후 게르기예프는 지난 1일 뮌헨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에서 해고됐다. 뮌헨시는 당초 지난달 28일까지 게르기예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수석 지휘자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게르기예프는 푸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또한 게르기예프가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명확한 지지를 내지 않으면 오는 3월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을 지휘할 수 없다고 통보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제2차 세계대전때 작곡한 '전쟁 소나타'는
혼돈·참상을 강력한 음악적 에너지로 표출


이에 반해 올해 첫날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를 이끌었던 거장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은 최근 SNS를 통해 "음악가로서 참담한 현실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평화로운 공존의 문화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바렌보임은 음악으로 세계 평화에 일조할 것을 천명하며 각국의 내전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예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전쟁 발발과 함께 일련의 상황들을 보는 요즘, 우크라이나 출신의 위대한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전쟁 소나타' 3부작의 선율이 자주 떠오른다. 프로코피예프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와 함께 혁명기의 러시아와 스탈린 체제를 겪은 작곡가이다. 우리에겐 '교향곡 1번, 고전'과 '교향곡 5번', '피아노협주곡 3번', '스키타이 모음곡', 동화 구연이 가미된 관현악곡 '피터와 늑대' 등으로 유명하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프로코피예프는 평생에 걸쳐 피아노 소나타 작곡에 천착했다. 프로코피예프는 9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겼는데,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작곡된 '소나타 6~8번'을 전쟁 소나타로 부른다. 이 작품들은 20세기 피아노 음악의 정점에 위치한 걸작들이다.

세 작품 중 가운데에 있는 '7번'은 전쟁의 혼돈과 함께 전쟁의 참상을 강력한 음악적 에너지로 표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우크라이나 태생의 20세기 최정상의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명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에 의해 1943년 모스크바에서 초연됐다.


하루속히 우크라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란다


오늘 저녁에는 우크라이나에 속히 평화가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프로코피예프의 걸작을 접해야겠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레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