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 학생들이 같은 환경의 교실에서 비슷한 방식의 수업을 받는다면 창의력은 무시되고, 학교생활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학생들이 다양한 학습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학생 중심의 창의적 교육공간을 만들자는 게 골자다. 디지털 교육 기반을 확충해 미래 사회에 걸맞은 학교로 탈바꿈시키고, 친환경 교육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그린스마트 사업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구체 방안의 핵심은 '모듈러 교실'이다. 모듈러는 건물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결합함으로써 현장 시공을 최소화하는 건축공법이다. 현장 작업량이 적어 품질 확보 및 공사기간 단축에 유리하다. 해체 후 다른 곳으로 옮겨 설치할 경우 건설폐기물이 대폭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모듈러 교실은 학교를 증·개축할 때 대체학습공간으로 많이 사용된다. 컨테이너 교실과 달리 일반 건물 수준의 내진·소방·단열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모듈러 교실에 대한 현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모듈러 교실을 설치한 평택 용죽초 교정에선 지난달 말 학부모 60여 명이 모여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달 초 완공을 앞둔 이 학교 모듈러 교실은 지상 2층 규모로 교실 12개, 특별교실 1개, 교원 연구실 1개로 구성됐다. 새 학기부터 4학년 학생 352명이 사용할 예정이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안전을 걱정하면서 모듈러 교실은 수업을 받는 일반 교실이 아닌 특별실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특히 학교 측이 교실을 설치하기 전 사전조사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비판한다. 학부모 의사를 묻지도 않았고, 일방적인 통보에 그쳤다고 항의했다. 행정실과 교무실은 모듈러 교실에 입주하지 않는다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학교 주인인 어린이들은 가건물을 쓰고, 어른들이 본건물에서 생활하는 게 이치에 맞느냐는 것이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올바르게 미래세대를 교육하자는 것이나, 학생·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동력을 얻기 힘들다. 모듈러 교실은 손쉬운 설치와 이동성이 강점이나, 학부모들은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거두지 않는다. 자녀들은 일반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교사들이 모듈러 교실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듈러 교실 설치에 앞서 학생과 학부모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모듈러 교실을 왜 설치해야 하는 지, 어떤 이점이 있는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