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발제한구역(GB·Green Belt)내 전기차·수소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강조하며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허가기준'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지자체 모두 손을 놓고 있어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명확한 허가기준이 없으면 지자체 재량에 따라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는 데도 국토부는 허가권자인 시·군에, 시·군은 국토부 차원 가이드라인 필요성을 제시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 2월 GB 내 자동차 전기공급시설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해 5월 택시·전세버스 등 차고지에 전기차·수소차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친환경차는 보조금 지급 등으로 늘어가는 추세인 것과 달리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데 따른 조처다.
경기도내 전기차 3만5천대 훌쩍
충전소 부족… GB내 설치 11곳
지난해 9월 기준 경기도내 전기차는 3만5천385대인데, 충전기는 2만43기(56.6%)에 그친다. 이중 GB 내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도내 충전소는 11곳(2020년 12월 기준)에 불과하다. 국토부가 2018년부터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저조한 셈이다.
특히 정작 친환경 충전소 설치 관련 허가권을 가진 도내 지자체 상당수에 별다른 허가기준이 없다 보니, 충전 인프라 확대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개정된 법안에는 부지면적 3천300㎡ 이하, 수소연료공급시설 및 세차시설 설치 허용이 전부이며 설치 가능한 면적 내에서 충전소를 최소 몇 개 설치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에 따라 허가를 받는 것인지 등을 알 수가 없다.
실제 GB 내 충전소 설치에 대해 기초단체에 문의한 결과, 안산시는 충전소 설치 행위 적정성 등을 관계부서 협의로 정한다고 했고 광명시는 최소 규모로 설치해야 한다는 등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시흥시도 구체적인 허가기준 없이 개정된 법령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는 면적 등 허가기준 없어
안산시 '협의' 광명시 '최소 규모'
인천 남동구 자체용역 통해 마련
국토부 "지역 상황따라 조정해야"
국토부는 허가권자인 시·군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도내 지자체는 가이드라인도 없어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결국, 국토부가 무관심한 사이 인천시 남동구에서 자체 용역을 통해 허가기준을 마련했고 타 지자체가 이를 바탕으로 따라가는 상황이다.
인천시 남동구의 경우 지난해 1월 '남동구 개발제한구역 내 자동차 전기공급시설 배치기준 고시'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충전 주차면수와 이중 급속 충전 설치 비율, 세부적인 충전 주차 구획 면수, 이에 따른 부대시설 면적 산정, 설치 대상자 선정 순위 등을 규정했다. 이후 부천시가 이를 바탕으로 허가기준을 마련했다.
도내 기초단체 관계자는 "탄소중립이 계속 이슈화되고 있어 별도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 "국토부에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GB 비중이 다르고 행위허가도 시·군 등에 위임되어 있어 허가권자가 지자체 상황에 따라 기준을 마련, 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영래·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