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對)러시아 금융제재 여파가 경기지역 중소기업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도내 161개 기업이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수출하고 있는 가운데 송금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이미 계약된 수출 물품의 선적조차 불가능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 기업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화성시에서 위생용품을 제조하는 A사는 2019년부터 건당 4만 달러(약 5천만원) 규모의 각종 위생용품을 제조해 러시아로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가 시작되며, 거래대금 송금과 선적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A사가 러시아와 무역 거래를 하면서 사용한 기본 화폐는 US달러였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가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러시아의 달러 결제가 막혔다. 물건은 만들어놓고 돈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스위프트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배제돼 대금 송금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제재 수위가 올라갈 경우,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우크라 침공 따른 서방국가 '스위프트' 제외에 '달러 결제' 막혀
161곳 수출 규모 18억 弗… 송금·선적 어려워 '존폐 위기' 걱정
같은 지역에서 금속·철강 특수기계를 제조하는 B사는 지난해 11월 러시아 측과 기계값만 670만 달러(약 81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대금 정산을 앞둔 시점에 이번 사태가 발생해 대금 지급이 막혔다.
B사의 매출은 지난 2020년 기준 62억원 수준인데, 자칫 이번 계약이 틀어지면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B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 1월까지 5번에 걸쳐 선적을 했고, 모든 제품이 도착 후 결제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대러시아 금융 제재로 인해 송금도 그렇고, 제품 전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나 지자체, 금융단체로부터 제재에 대한 정보는 받고 있지만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4일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기도내 총 161개의 중소기업들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규모는 총 18억 달러(2조1천900억원)다. 도내 러시아 수출 중소기업 58.1%가 현재 가장 큰 고충으로 대금 회수를 꼽았다. 30.8%는 물류 애로, 7%는 정보 부족 등을 거론했다.
배길수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장은 "아직 가시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태를 지켜보며 국가별 물류 정보 제공, 유관기관 중개 등을 통한 피해 구제 등 도내 수출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