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대선에 따른 관망세로 한동안 주춤했던 가운데, 대선 이후 다시 경기가 활성화될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집값 하락세가 잦아들고 시장에 활력이 돌더라도 분양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비슷하게 제기됐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3일 발표한 2월 4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경기도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2% 하락했고, 인천은 1주일 전과 동일했다. 지난해 경기·인천지역 모두 아파트 가격이 20% 이상 상승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가 주춤해지기 시작하더니 올들어 하락세로 전환했다.
경기도는 지난달 28일 기준 비규제 지역으로 교통 호재가 있는 이천과 GTX 추가역 신설이 결정된 안산을 제외하고는 가격이 대부분 낮아졌다. 인천은 대부분 가격이 전주와 동일했고, 동구와 계양구는 소폭 낮아졌다.
이는 매매거래가 줄어든 영향 탓인데, 한국부동산원은 2월 4주 수도권 아파트 거래 건수가 1천790여건으로 5년 평균 대비 21%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선을 앞두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관망세가 지속된 점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경제 불확실성에 관망세 지속 탓
1주새 경기 아파트값 0.02% 하락
활성화때도 '양극화' 심화 전망
다만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에도 이같은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대체로 내놨다.
(사)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확정돼야 하고 6월에 지방선거도 있기 때문에 적어도 그때까지는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분양시장엔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내에서도 입지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은 지금처럼 집값이 낮아지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선뿐 아니라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도 거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선 이후에 정책적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다른 요인들 때문에 대선이 끝났다고 해서 거래가 갑자기 크게 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택 공급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이 제시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감면의 조기 시행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선 이후 집값 불안 양상이 잦아들겠지만 국지적으로는 여전히 가격 불안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급격히 위축된 거래 시장 속에서 지난해 '영끌'한 차주들의 고통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수도권·지방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할 수 있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