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 사퇴 후 1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전대미문의 정치사건이다. 하지만 대선 결과를 받아든 각 진영 지지자들의 환호와 비탄이 가라앉은 10일 아침 대한민국은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선거결과에 담긴 정치·사회적 함의의 무게 때문이다.
윤 당선자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표 차이는 24만7천77표. 윤 당선자가 받은 1천639만4천815표(48.56%)와 이 후보가 득표한 1천614만7천738표(47.83%)의 득표차이는 0.73%포인트다. 역대 최저 득표 차이로 정치 운명은 극적으로 갈렸지만, 정치적으로는 무승부이다. 윤 당선자는 절반의 지지만으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 적대에서 협치로 정치문화 쇄신해야
국민은 20대 대선 구도를 정치 입문자인 윤석열과 당내 비주류인 이재명의 대결로 설계했다. 윤 당선자는 '윤석열 대 이재명' 대결 구도에 담긴 국민의 정치 혁신 의지를 국정운영의 화두로 삼아야 한다. 국민은 경선을 통해 당시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주류 후보를 제치고 각 진영의 아웃사이더를 대선 후보로 세운 것은 구태정치의 온상인 여야 정당을 심판한 결과이다. 새 인물을 뽑아 새 정치를 희망한 것이다.
하지만 선거과정은 국민의 희망을 배신했다. 후보들의 흠결과 능력부족을 기화로 양당의 구태 정치인들이 선거전을 누비면서 역대급 비호감 대선판을 만들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네거티브 공방에 세뇌된 지지층의 총결집으로 선거가 결정된 것이다. 예상보다 낮은 77.1% 투표율은 경선과정에서 새정치를 희망했던 합리적 부동층이 대거 투표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자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대선 정국 초반부터 과반을 넘었던 정권교체 여론에 한 참 모자란 표로 신승한 배경이다.
이성적 부동층이 대거 이탈한 자리를 낡은 대립과 새로운 갈등이 채웠다. 영·호남이 당만 보고 결집했고, 세대별로 적대했으며, 20대 남녀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등을 돌렸다. 수구 진보, 보수 정당들이 자양분으로 삼는 적대와 갈등 구조가 오히려 강화됐다. 정권을 창출한 소수 여당과 입법권력을 독점한 거대 야당이 당과 계파와 개인의 권력을 위해 충돌하기 딱 좋은 환경이 된 것이다.
윤 당선자는 당선 일성으로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진보나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를 경험한 국민들은 대통령이 여야의 정략적 대립에 휘둘리면 가능하지 않은 약속임을 안다. 윤 당선자가 적대에서 협치로 정치문화를 쇄신하려면 여야를 초월한 위치에 서 있어야 한다. 거대 야당에겐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보다 협치를 실천하고 요청하는 대통령이 더 무섭다.
# 국정운영 능력 입증할 인수위
검사 경력뿐인 윤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국정운영 능력을 의심받았다. 대선 후보 TV토론회의 정책 검증 경쟁에서 열세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쓸 수 있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할 때이다. 첫 시험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다.
인수위는 윤석열 정부와 청와대 요직을 맡을 인물을 발탁하고 검증하고 확정한다. 후보단일화의 약속인 공동정부 구성과 국민 통합을 위한 인사를 통해 국정과 정치 개혁의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 인수위가 확정할 국정운영 목표와 실행계획에 따라 민생, 경제, 안보, 외교의 향방이 바뀐다. 사활을 건 선거과정에서 윤 후보의 공약들은 훼손되고 오염됐다. 국익과 국민을 위해 선후와 경중을 정하고, 국민이 평가한 야당의 공약을 수렴하는 포용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 위기극복 비전 보여줘야
대한민국은 지금 안팎으로 전환기적 위기에 직면해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다극화된 국제질서는 문약한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안보동맹인 미국과 경제협력 대상인 중국의 대치로 딜레마에 빠진 외교환경은 안보와 경제를 직접 위협할 뿐 아니라 내분의 씨앗이 됐다.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공유해야 할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정략에 의해 훼손되고, 이를 막아내야 할 법원과 검찰은 제도적 중립이 불가능해 불신의 대상이 됐다. 우리 내부의 갈등 때문에 외부의 위기에 대응할 동력을 상실한 지경이다. 인수위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을 발휘하고 국가와 사회 위기를 극복할 비전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윤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까지 남은 두 달이 국민 절반의 기대에 부응하고 절반의 상실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를 기대한다. 윤 당선자는 당선 첫 일정으로 현충원의 순국선열 앞에서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고 약속했다. 5월 10일 온 국민의 축복 속에 약속 이행의 첫발을 내딛기를 기원한다.
[사설] 윤석열에게 통합의 리더십 요구한 민심
입력 2022-03-10 19:50
수정 2022-03-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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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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