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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상 사회교육부장
목이 칼칼하다. 약간 어지러운듯하면서도 식은땀이 났다. 열은 37.5℃로 올랐다. 해열제를 복용하니 조금 떨어지다가 다시 오른다. 집에 보관해 두던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로 3번을 검사해봐도 음성이다. 혹시 몰라 동네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해봤는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양성 결과가 나왔다. 인터넷에 나와 있던 증상은 다 나타났다. 감기몸살 정도로 생각했지만, 항원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으니 걱정이 앞섰다. 어디서 이 나쁜 병균이 왔는지도 모르겠다. 또 내가 그 누구한테 코로나를 퍼트렸을지 알 수 없다. 지난 며칠 함께 했던 직장 동료들과 가족, 지인들이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실 이런 우려는 며칠 전부터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40만 명에 가까워지는 마당에 정부의 방역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를 한동안 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확진자 수가 1등이 됐다. K-팝, K-컬처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전 세계를 선도하는 것과 버금갈 정도로 K-방역은 처음에는 내놓을 만한 자랑이었다. 하지만 확진자 수 1등인 지금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옆 나라 일본을 비웃고 미국과 유럽의 확진 상황을 걱정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남의 나라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의료진 지칠대로 지치고 방역현장은 대혼란
정부, 대선 앞두고 완화 정치적 결정 의심만


이처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붕괴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속항원검사 이후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찾은 지정 병원에는 그 줄만 수백m에 달했다. 오전 8시 30분부터 줄을 서도 오후 늦게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주말 세 군데를 찾은 지정 병원 사정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검사를 받을 수가 없어 오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의료진들도 많이 지쳤던지 표정들은 모두 어두웠다. 뭐라고 말을 걸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지쳐 보였다. 한마디로 방역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한번 따져 보자. 하루 40만명이 감염될 정도가 된 이 험악한 상황을 정부는 예측을 못한 것인지, 아니면 했는데 미리 준비를 못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게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정부는 거리두기를 완화했다. 미국과 유럽과 같은 선진국은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어 꺾이는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를 했지만, 오히려 대한민국 정부는 거꾸로다. 그들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을 하려는 데는 확진자 정점이라는 그 시점이 언제 인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여전히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그것도 대선을 앞두고 완화하면서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심만 잔뜩 받았다. 물론, 소상공인의 처지를 고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보자. 도대체 어디가 정점인지 언제까지 가파르게 확진자가 나올 것인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K-방역 방향성과 핵심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코로나19에 걸린 영유아들이 잇달아 숨졌다는 보도를 봐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증상이 악화돼서, 아니면 병상이 꽉 차 어린 아이들을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지만 아니었다. 소아응급체계는 이미 무너져 버렸고 여기저기 병원만 찾아 헤매다가 결국 목숨까지 잃었다.

의료붕괴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 않고
또다른 의료시스템 가동할 것인지 판단해야


코로나가 발생한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잠잠해져 가는 다른 나라 상황과 지금 국내의 현실을 보자니 우리가 의료 시스템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노력이야 많이 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2년의 시간 속에 경험한 것은 무엇이고 개선된 것은 어떤 것인지. 지금 정부가 선택한 것은 스스로 의심스러울 때 자가진단을 하고 신속항원검사 양성으로 나오면 PCR 검사 받지 말고 집에서 재택치료 하라는 것이다. 이젠 스스로 확인하고 치료하라는 것인데 확진자 한 명이 발생할 때마다 온 동네 뒤져가며 주민들 역학 조사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젠 방역 체계를 포기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정부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의료 붕괴가 현실로 오고 있다. 의료 붕괴를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하지 않고 또다른 의료시스템을 가동할 것인지 정부가 판단해야 할 때다.

/조영상 사회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