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가 본 투표에서 다시 투표지를 받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부천과 제주에서는 사전투표함이 사무국장실에 있거나, 천장 CCTV가 종이로 가려진 사실이 확인돼 야당 관계자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앞서 4~5일 코로나 19 감염·격리자를 위한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종사원이 투표지를 바구니, 봉투, 비닐, 골판지 상자에 담아 투표함에 넣었다. 직접·비밀 투표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선관위의 부실 관리, 무능이 비판을 받았다. 중앙선관위원장은 전국이 들끓는데도 휴일이라는 이유로 출근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공분을 샀다.

혼선을 빚은 사전 투표에 이어 본 투표일에도 투개표 과정에서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9일 저녁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 앞 주차장에서 투표함 1개의 이송 문제로 개표에 차질을 빚었다. 야권 시민단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투표함이라며 개표소 안으로 옮기려는 선관위와 경찰과 대치했다. 수원의 한 개표소는 투표함에 부착된 봉인지나 관련 직인을 두고 참관인들의 이의가 제기되면서 개표가 늦어졌다. 부천에서는 투표용지 분류 등의 작업이 늦어지면서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개표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경인지역 곳곳에서 투개표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부실 관리 논란이 대선에서도 재현됐다. 선관위는 코로나 사태로 충분히 예견됐던 돌발 사태를 막아내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내 국민적 비판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네티즌들은 선관위를 향한 비난 여론에도 유권자들을 비웃는 듯한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유권자들은 사태가 엄중하다고 인식하는데, 선관위가 너무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으나, 공정성은 물론 선거관리 기능에 심각의 의문이 제기되면서 선관위의 위상에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대선과정을 지켜본 야·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선관위가 공정하고 정확한 선거관리를 통해 국민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3개월도 남지 않은 6·1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부실 관리 사태가 재현될 경우 감당키 힘든 후유증이 우려된다며 철저한 대비를 촉구했다. 선거관리를 전담하는 국가 기관이 의심을 받는 건 불행한 일이다. 지방선거에 앞서 선관위의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