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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현 사회교육부 기자
10년간 26건.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의 수다. 특히 코로나19로 가족의 돌봄 부담이 커지며 죽음은 더욱 빈번해졌다. 2020년 3월 제주도에서는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장애인과 어머니가 세상을 등졌고, 이듬해 11월 전남 담양에서 발달장애인 아버지가 발달장애 자녀와 노모를 살해했다. 비극은 매년 장소와 날짜를 달리해 비슷한 형태로 반복돼왔다.

지난 2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9살 아이가 엄마의 손에 숨졌다. 강아지를 좋아했고 또래보다 유난히 몸집이 작았던 아이였다. 미혼모인 엄마는 발달장애를 앓던 아이를 홀로 키워왔다. 모자는 매달 160만원가량의 생활비를 지원받아 월세 20만원 반지하에서 함께 지냈다. 20년을 넘게 동네에서 살아온 주민들조차 이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어떤 기관도, 유치원도 다니지 않았던 아이의 세상은 엄마와 함께였던 반지하가 전부였을 것이다.

같은 날 다른 곳에서는 발달장애 딸을 죽인 엄마가 체포됐다. 말기 암 환자인 엄마는 이혼 후 발달장애 딸을 홀로 키워왔다. 작은 화원을 운영했던 그는 열심히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보려 했지만, 코로나로 장사는 잘되지 않았고 건강 악화로 가게 문을 닫는 날이 잦았다. "아무리 힘들었어도"라는 말로 입을 연 그의 이웃은 곧 "안타깝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을 '비정한 부모'라고 손가락질할 수도 없다.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한 엄마는 "초등입학의 설렘보다는 낭떠러지 끝자락에 서 있는 공포감이 더욱 컸다"고 회상했다. 두 부모가 감당하기에도 벅찼을 돌봄 부담을 홀로 떠안았던 이들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그 공포감을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이라면 느껴봤을 것이다. 이제 가족들에게 지워진 무거운 책임을 나눌 때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나서 발달장애인들이 졸업 후 성인이 돼도, 돌봐줄 보호자가 없어도, 가족 없이 홀로 남겨진 노인이 돼도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낭떠러지 끝자락에 서 있는 이들을 외면할 것인가.

/이자현 사회교육부 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