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임명하고, 민정수석실 폐지를 밝히며 정권 인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에 현 집권여당이자 곧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유증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지금 국민은 새정부의 국정 지향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에 윤 당선인을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의 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172석으로 의회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은 국정의 변수가 아닌 상수이다.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협치하려 해도, 민주당이 적대적인 정치관행을 타파하지 않으면 국정은 한발도 나아갈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인수위만큼이나 민주당의 정치문화 혁신이 중요한 이유이다.

민주당 내홍의 핵심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조기 등판 여부이다.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거부하는 당내 세력들은 현 비대위로는 지방선거를 이길 수 없다며 윤 위원장 사퇴 서명에 나선 상황이다. 이들은 윤 위원장 역시 사퇴한 지도부의 일원이라며, 대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당의 혁신과 지방선거를 지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당 혁신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이 상임고문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고문 조기 등판론은 심각한 판단 착오로 보인다. 대선에서 절반의 지지를 확보한 이 고문의 득표력을 목전에 닥친 지방선거에 활용하자는 선거 전략 이외에는 정치적 의미를 찾기 힘들다. 이는 0.73%의 표 차이로 패배한 대선 결과를 정권과 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수용하지 않는 태도이다. 민주당이 실제로 이 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등판시키고 대선 심판을 거부한다면, 목전의 지방선거에 집착해 민주당이 회복해야 할 정치적 대의를 외면하는 자해 행위가 될 것이다.

국민은 대선을 통해 소수 여당과 거대 야당의 협치를 명령했다. 극단적인 여소야대 구조에서 윤석열 행정부와 민주당 입법부가 양보 없이 대치하면 국정은 파탄 난다. 윤 당선인이 끊임없이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윤 당선인과 사투를 벌인 이 고문을 소환해 국민을 대선 정국 때처럼 둘로 쪼개는 지방선거 국면을 조성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커녕 소중한 인물만 허비하는 결과를 맞을 것이다.

민주당은 심판을 수용하고 구태를 벗는 혁신에 매진해야 한다. 한 의원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했지만, 관행적이고 맹목적인 적대의식 청산이 혁신의 시작이자 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