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601000635500031461.jpg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주들이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2022.3.16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참석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안내원들도 그에 따라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연일 플래시를 터트리는 카메라, 행사를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이 마치 대형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는 매년 많은 관심을 받지만, 16일 오전 9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제53기 정기 주주총회는 지속되는 주가 하락과 GOS(게임최적화 서비스) 논란 등이 겹쳐 유독 더 뜨거웠다. 주총이 시작되기 전 회의장 밖에선 GOS 논란을 규탄하는 트럭 시위도 한때 진행됐다.

주가하락과 GOS 사태로 세간의 관심 모여
한종희 부회장 "주주가치 제고 위해 최선"


GOS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태블릿PC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시스템 앱으로 게임 등을 실행했을 때 해상도를 비롯한 초당 프레임 수와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 등을 조절해 기기의 과도한 발열과 배터리 소모 등을 막는 역할을 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시리즈 출시 후 원 UI 4.0 업데이트를 실시하면서 GOS 사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이후 GOS 여파로 게임은 물론 다른 앱의 성능까지 저하한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예고하며 한차례 사과했다. 그러나 업데이트 이후에도 큰 개선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3월11일 인터넷 보도= 삼성전자, 갤럭시 S22 'GOS' 업데이트… "재차 사과드린다")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측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주총에서 GOS 논란 등을 재차 사과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인 한종희 DX부문장은 주가 하락과 관련 "주주 환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지난해 기준 연간 9조8천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주총 전날인 15일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1만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이번 주총에서 새 사내이사 선임 건으로 상정된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과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도 각각 보통주 8천주와 6천주를 매입했다. 주총을 앞두고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GOS 사태에 대해서도 "고사양 게임은 장시간 일관성 있는 성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게임에 지장이 없는 적정 한도까지 CPU와 GPU 성능을 제한해 발열을 최소화하는 대신 일관성 있는 성능을 지속 제공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주주와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dfg.jpg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입장 전 손소독과 체온측정을 하고 있다. 2022.3.16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

동시에 삼성전자 측은 미래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장기화 등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임직원과 협력사를 포함한 모든 분들의 헌신과 노력에 힘입어 사상 최대치인 매출 280조원, 역대 세번째인 영업이익 52조원이라는 실적을 달성했다"며 "DS부문은 메모리 사업에서 서버 중심 수요 성장에 적극 대응하면서 리더십을 공고히 했으며,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EUV 공정의 양산을 확대하고 미국 테일러시에 신규 공장 투자를 결정하는 등 미래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3시간 가량 진행된 주총에서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등 사장 4명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의 사외이사 재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주총 안건이 모두 의결됐다.

앞서 국민연금이 경계현·박학규 후보에 대해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김한조·김종훈 후보는 감시 의무 소홀을 이유로 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별다른 이변 없이 통과됐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